사진/업다운 야생화

업다운 야생화-34-백리향

atom77 2016. 8. 9. 06:26

가야산 사방 백 리를 허브 향으로 뒤덮는, 백리향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08>

꿀풀과의 낙엽 활엽 반관목, 학명은 Thymus quinquecostatus Celak.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7도를 기록하면서 폭염 경고가 발령됐던 지난 4일. 경남 합천군에 있는 해발 1,430m의 가야산을 올랐습니다. 경북 성주군의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 서성재와 칠불봉을 거쳐 정상인 상왕봉까지 3시간 만에 도달했습니다. 출발 지점부터 정상까지 4km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르면서 목표로 삼은 것은 오직 하나. 한여름 폭염 속에서 피어나는 백리향(百里香)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무난히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첩, 첩, 첩. 연이은 산봉우리 사이로 구름이 넘나들고, 흐드러지게 핀 백리향 위로 나비가 사뿐히 내려앉는 여름 가야산. 높은 산과 하늘과 구름과 꽃, 벌 나비가 한 폭의 멋진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향기가 나는 식물을 흔히 허브(herb)라고 부르니, 백리향은 엄연히 허브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해외에서 수입된 외래종 허브가 아닌, 토종 허브의 대표로 꼽아도 전혀 손색없는 백리향. 꽃은 물론 줄기와 잎 등 전초에서 진한 향기가 납니다. 인도에서는 ‘천국으로 가는 문을 연다.’는 말로 허브의 강한 향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향기가 사방 백 리를 간다며 아예 백리향이란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혹자는 그 향기가 직접 백 리까지 번진다는 게 아니라 신발에 묻은 향기가 백 리까지 걸어도 가시지 않는다는 뜻에서 백리향이라 불렀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어찌 됐든 분명한 건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발 없는 백리향이 백 리를 간다.’는 말이니, 일종의 과장법으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10cm 안팎의 키에 입술 모양의 연분홍 꽃을 다닥다닥 달고 있는 백리향. 가야산 정상 일대 바위 겉과 물이 잘 빠지는 언덕 등지에 잔디가 깔리듯 풍성하게 피어 있다.

전국적으로 30여 곳의 자생지가 있으며 개체 수도 풍부하다고 하지만 전국 어디에서나 백리향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한라산 가야산 운무산 등 고산의 바위나 석회암 지대를 찾아가야 합니다. 특히 백리향보다 줄기가 더 굵으며, 옆으로 가지를 뻗는 섬백리향은 울릉도에서만 자라는데, 북면 나리동의 섬백리향 자생지는 제52호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6월 말에서 8월 초까지 분홍색 꽃을 피우는 백리향과 섬백리향 모두 뿌리와 줄기 잎 등 전초를 말려서 한방에서는 지초(地椒)라는 약재로 사용하는데, 강장 효과가 높고 우울증, 피로 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동이 트고 하늘이 붉게 물드는 새벽  진한 허브 향을 가득 머금은 백리향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든 멋진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다.

참, 그야말로 기록적인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삼복 더위 속 가야산 산행이 무척 덥고 힘들지 않았냐고요? 천만의 말씀! 시원하고 청량한 계곡 물이 흐르면서 한여름의 열기를 날려주고, 또 무성한 이파리는 햇살을 가려주고, 오르고 내리는 산길은 너른 그늘 속에 잠기고… 그야말로 여름의 고산은 산 전체가 시원한 냉장고 속과 같았습니다. 특히 사진을 담는 동안 저 멀리엔 첩첩 산봉우리 사이로 흰 구름이 넘나들며 장쾌한 풍광을 만들고, 바로 앞 둔덕에선 연분홍 백리향이 꽃물결을 이루는 걸 보며 ‘아! 이런 게 바로 황홀경이란 것이겠구나.’하고 탄성을 터뜨립니다. 여기에 덧붙여 백리향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향기는 폐부를 찌를 듯 파고들면서 온몸이 무한한 행복감에 빠져들게 합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