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산책-자금우
최강 한파에 눈까지 내린다고 해서 주저주저하다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실제로 날은 차고 눈발이 날리니 별다른 욕심 내지 않고 그저 아무런 사고나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눈길 속에 한밤중 목적지에 도착해 자고 나니 사방에 눈이 가득합니다.
다행히 눈은 금방 녹기 시작해 길 나서는데 크게 위험하지는 않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왕 나선 길 간밤 택시기사에게서 들은, '한겨울 찾아가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기억이 나
죽녹원(竹綠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에 흰 눈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자금우의 탐스러운 빨간 열매를 만났습니다.
망외(望外)의 소득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자금우에 대한 소개는 2015년 2월 제주도에서 줄기차게 자금우를 보고 올렸던 내용을 다시 덧붙이는 거로 대신합니다.
"겨울 제주의 숲을 싱그럽게 하는 상록수의 하나인 자금우입니다.
자금우과의 상록 활엽소관목으로 높이 15cm 안팎의 작은 나무인데, 한겨울에도 빨간 열매를 달고 있어 유독 눈에 잘 띄기에 외지인으로선 제주 숲에서 가장 많은 식물이 자금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서울 등 중부 지역의 야트막한 뒷동산 길섶에 애기나리가 가득 피듯 많은 자금우를 제주 숲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물론 남부 해안가 산지에는 흔하지만, 서울 인근에선 자라지 않습니다.
도쿠가와 막부시절, 그리고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투기 바람이 일 정도로 귀한 관상용 식물로 대접받았다는 데 사실 인지는 의문입니다.
날이 눅졌다고는 하나 사위가 황량하기만 한 2월 하순 자금우 백량금 백서향 동백 종가시나무 등 늘푸른나무가 즐비하던 제주의 겨울 숲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