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산책-꽃여뀌(수꽃)
오죽하면 '꽃'자 들어갔을까. 바로 전에 올린 가시여뀌만해도 앙증맞은 그 미모가 여느 꽃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데...'꽃여뀌'는 얼마나 예쁘길래 감히 '꽃'자를 달고 살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만나보니 과시 허언이 아니었습니다.개여뀌 가시여뀌 바보여뀌 이삭여뀌 장대여뀌 등 국내에 자생하는 여뀌가 30여 종류나 되지만 그 중 제일은 꽃여뀌라더니...자세히 들려다보니 크기는 작지만 도도한 게 매화랄까,연분홍 벚꽃을 연상케 하는 미모는 이게 그저 들판에서 저홀로 피고지는 '이름없는' 풀꽃이런가,잡초의 꽃이런가 싶습니다.
여뀌는 한자로는 요화(蓼花)라고 불립니다.또 도랑이나 논 등 물가에 피는 붉은 꽃이라 뜻의 수홍화(水紅花) 란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에는 홍요화(紅蓼花)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지요.
"닷짝 마른 늘근 솔란 釣臺예 셰여 두고/그 아래 배랄 띄워 갈 대로 더뎌 두니/ 紅蓼花 白頻州 어나 사이 디나관대"
(바짝 마른 늙은 소는 낚시대에 세워놓고/그 아래로 배를 띄워 내버려두니/붉은 여뀌와 하얀 마름꽃이 핀 모래톱 사이로 지나가네)"
지난 10월말 비 오고 바람 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중부지역 들녁으로 달려가 꽃여뀌 암꽃과 수꽃을 만났습니다.적지 않은 식물들이 암꽃과 수꽃을 따로 피우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수컷인 장끼가 까투리보다 더 화려하듯 식물의 세계에서도 수꽃이 암꽃보다 꽃도 크고 색도 더 화려하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암술과 수술이 각 3개와 8개씩인데 암꽃은 암술이,수꽃은 수술이 더 길게 밖으로 삐져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