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인철의 야생화산책
야생화산책-약난초
atom77
2014. 5. 18. 10:00
오래 전 사진으로 처음 보았을 때
지금은 민속박물관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도롱이'를 떠올렸습니다.
볏짚 등 풀로 만든 재래식 비옷인 도롱이가 갈색의 가닥을 늘어뜨리 듯,
길고 가느다란 갈색 꽃잎을 역삼각형으로 촘촘히 달고 선 모습에서
비오는 와중에도 들녘으로 나서던 우직스런 옛 농꾼을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름에 약(藥)자를 앞머리엔 단 난초라 했으니,
그 속살을 살펴보고 야생난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리라 내심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약난초의 고혹스런 매력을 알아차리는데는 불과 몇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연한 갈색이랄까, 미색의 꽃 이파리 속에서 살짝살짝 드러나는 붉은색 순판과 노랑 머리는
가만 들여다볼수록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게다가 꽃마다 1~2장씩 달려있는 넓은 이파리에선 쏴하고 지나는 대나무숲의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꽃 지고 난 가을 무렵 새 잎이 먼저 돋아 푸르게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늦봄 꽃대가 올라오는 약난초는 뿌리 등이 산자고란 이름의 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봄에 피는 또 다른 야생화인 산자고는 동명이물입니다.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멀리 남녘서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