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산책-능소화
능소화.
능소화과 능소화속의 낙엽성 덩굴식물.
갑자기 삼복더위가 시작된 듯 후덥지근한 날이 이어집니다.
이즈음 도심에서도 선물처럼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처음엔 붉은 듯 보이지만, 점차 황색이 짙게 느껴지는 독특한 색감의 꽃,
능소화입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 꽉 막힌 서울 강변북로와 올림필대로변에서도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
교통체증에 지친 시민들을 순간순간 위로합니다.
아침나절 강변북로 길섶에서 능소화 더미를 만난 김에
연전 오며 가며 담았던 사진, 그리고 오래된 잡문을 다시 포스팅합니다.
<동백꽃이 눈물처럼 후두둑 지듯
한여름 능소화가 싱싱한 채로 통꽃 그대로 뚝 떨어진다.
황홀하지만 헤프고 천박한 꽃이라는 혹평도 뒤따르지만,
능소화는 옛날 상민이 집에 심으면 관가에서 잡아다 곤장을 쳤다는 일설이 전해지는,
이른바 ‘양반꽃’이었다.
호암 문일평은 1930년대 펴낸 화하만필에서
‘서울에 이상한 식물이 있는데 나무는 백송(白松)이요, 꽃은 능소화(凌花)다.
능소화는 중국이 원산으로 수백 년 전 연경에 갔던 사신이 들여왔다.
오늘날 선조의 아버지 덕흥군의 사당이 있는 사직동 도장궁에 유일하게 있다.’고 썼을 정도다.
고 박경리 선생은 소설 토지에서
‘미색인가 하면 연분홍 빛깔로도 보이는’ 능소화를 최참판댁의 상징으로 종종 등장시켰다.
“환이 눈앞에 별안간 능소화꽃이 떠오른다. 능소화가 피어 있는 최참판댁 담장이 떠오른다.”
출근길 ‘한남대교 오거리’ 시내버스 정거장 옆 담장을 타고 올라 한창 꽃을 피우는 능소화를 본다.
능소화의 해금을,
양반꽃의 대중화를 생각한다.
(20008년 7월 15일 자 서울신문 '길섶에서-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