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인철의 야생화산책

야생화산책-솔붓꽃

atom77 2013. 5. 13. 11:29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둠에 맞서 이기려 하지 않고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영국을 말할 때 흔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며 화려했던 과거를 들먹이곤 합니다. 과연 해가 지지않는 나라는 영광스런 과거일까. 때가 되면 물러설 줄 아는, 우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며 수많은 남의 해를 가로챈 결과가 바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약탈자,침략자의 낙인으로 남은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석양은 그냥 지는 건 아닙니다.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 듯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저녁 노을이지요. 그리곤 아주 짧은 동안 자신을 가리고 있던 모든 빛을 걷어내고, 본연의 색을 보여줍니다. 강렬한 빛이 사라진 뒤 드러난 석양을 한아름 안고 서 있는 솔붓꽃을 담아봤습니다. 사라진 석양이 디지털 카메라에 남긴 주황색은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각시붓꽃 난쟁이붓꽃과 마찬가지로 봄에 꽃이 피는 솔붓꽃은 경기 충남 대구 등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시붓꽃이나 난쟁이붓꽃처럼 키가 작은데 꽃잎의 폭은 각시붓꽃보다 좁게 느껴집니다.대신 꽃잎 중앙 흰색 부분은 더 크게 보입니다. 난쟁이붓꽃과는 화경(꽃줄기)이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꽃잎 아래 줄기부분이 파란 포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 인근 야트막한 산지나 묘소 주변에 주로 자라기 때문에 개발과 함께 쉽게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에 지난해 멸종위기보호종 2급으로 지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