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인철의 야생화산책
야생화산책-왕제비꽃
atom77
2013. 5. 22. 09:06
'다음에 담지' 하고 늘 지나쳐온 야생화가 있습니다. 바로 제비꽃이지요. 흔하게 만날 수 있기도 하고, 딱히 개화기가 짧은 것 같지도 않고,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종류가 숱하게 많아 일일이 구분하는 것이 자신도 없고 귀찮아서 다음으로, 다음으로 미루어 놓았었습니다. 알록제비꽃 흰제비꽃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국내에 자생하는 제비꽃류가 무려 40여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언젠가 날 잡아 공부해야지 하며 제처놓고 있던 차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희귀종을 만났습니다. 왕제비꽃...선제비꽃과 더불어 숱한 제비꽃류 가운데서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된 유이(有二)의 희귀 제비꽃 중 하나입니다. 분포지가 백두산 등 북쪽 지역과 더불어 남한에서는 명지산 삼방산 등으로 매우 제한되어 있다고 합니다. 중부 이북이 주 자생지인 것으로 미뤄 북방계 식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왕'자 접두어에서 짐작하듯 뭔가가 큰 제비꽃인데, 그 무엇이 꽃이 아니라 바로 키였습니다. 도감에는 40~90cm 가량 된다는데 실제 만난 왕제비꽃은 허리둘레 높이까지 자라더군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도움말처럼 큰 키 덕분에 얼른 알아봤습니다. 무성한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날카로운 게 또 다른 특징입니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 핀다고 해서 제비꽃이라 하고, 해마다 춘궁기를 맞은 오랑캐들이 노략질을 하러 나타날 때 꽃이 핀다고 해서 오랑캐꽃이라고도 하고, 키가 작은 앉은뱅이풀이라고도 했다는데 왕제비꽃만은 앉은뱅이풀이라 할 수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