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인철의 야생화산책

야생화산책-땅나리

atom77 2013. 8. 2. 09:28

 

 

 


한승원의 소설 초의에 나오는 니지현순이란 여인이 생각납니다. 
초의선사를 흠모하다 끝내는 비구니가 되어,
초의선사가 머무는 일지암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암자를 짓고,
일지암에서 오는 바람결에 실려오는 초의선사의 향기를 맡으며 한평생 정진했다는 여인의 이야기가 말입니다.
바라본다는 것은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바라본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고, 닮아간다는 것입니다.
땅나리를 보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하늘을 보면 하늘나리,땅을 보면 땅나리...하고 쉽게 말하곤 했는데
바라본다는 것이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땅을 보는 땅나라에게서 진한 황토색을 보았습니다.
붉거나 푸른색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색의 투명함을 보았습니다
황토색의 색감이 그리 진하고 투명할 줄 정말 몰랐습니다.
태양을 바라보며 진한 붉은색으로 물드는 하늘나리처럼,
땅나리 또한 고개숙여 마주하는 이 땅의 진한 황토색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듯 합니다.
역시 여름은 나리의 계절입니다.
하늘나리로 시작된 나리꽃 행진이 털중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날개하늘나리 솔나리 참나리를 거쳐
땅나리에 이르며 대미를 장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