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계곡에서 너울대는 노란색 요정, 노랑붓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5.. 01>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Iris koreana Nakai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붓꽃은 그가 즐겨 그렸던 소재 중 하나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프랑스 남부 도시 생 레미 드 프로방스(Saint Remy de Provence)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화단의 붓꽃을 보고 그렸다는 일련의 붓꽃 그림은, ‘아이리스(Iris·붓꽃) 연작’이란 이름의 걸작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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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흐르는 청정한 계곡 주변에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노랑붓꽃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
그런데 대표적인 붓꽃 그림인 ‘노란색 바탕화면에 노란 꽃병에 가득 담긴 붓꽃’ 그림이 그러하듯 그의 붓꽃의 색은 보라색 일색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해바라기처럼 노란색 붓꽃도 그렸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아쉽지만 이런 바람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겁니다. 노랑붓꽃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기 때문에, 천하의 고흐라도 보지를 못했으니 그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학명에 들어 있는 ‘koreana’가 노랑붓꽃이 한국의 토종식물임을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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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줄기 하나에 두 개의 꽃의 달린, 이른바 1경 2화(1莖2花)인 노랑붓꽃. 꽃도 풍성하게 모여 피고 이파리도 넓고 길쭉한 것이 금붓꽃과 차이가 난다. |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나라 산과 들에는 다양한 붓꽃이 피어납니다.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피는, 바로 고흐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보라색의 붓꽃을 필두로 키 작은 보라색 붓꽃인 각시붓꽃과 금붓꽃, 난장이붓꽃, 솔붓꽃, 대청붓꽃, 부채붓꽃, 노랑무늬붓꽃, 타래붓꽃, 등심붓꽃, 노랑붓꽃 등 10여 종의 붓꽃이 조금씩 다른 저만의 독특한 꽃을 피워냅니다. 이들 중 솔붓꽃과 제비붓꽃, 대청붓꽃, 그리고 노랑붓꽃까지 4종이 환경부가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 77종(1급 9종, 2급 68종) 가운데 4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붓꽃류 식물들이 그 어떤 식물보다도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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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붓꽃이 자생하는 계곡에 아침 햇살이 들자 숲 전체가 노란빛으로 물이 드는 듯싶다. |
설악산 등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난장이붓꽃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개의 붓꽃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이나 들, 계곡, 호수 등지에서 자라고 있어 손쉽게 도채 되거나, 개발의 여파로 자생지가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솔붓꽃과 제비붓꽃, 대청붓꽃이 국내에서는 희귀식물이자 보호 대상이기는 하지만, 중국이나 시베리아, 몽골, 일본 등 다른 지역에도 자생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종 자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노랑붓꽃은 현재까지 변산반도 일대와 내장산 일대 등에만 자생하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서 자생지가 파괴될 경우 종 자체가 절멸할 수 있어 각별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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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색 등에서 노랑붓꽃과 많이 닮은 금붓꽃. 1경 2화인 노랑붓꽃과 달리 하나의 꽃줄기에 하나의 꽃이 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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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1경 2화인 노랑무늬붓꽃. 꽃 색에서 분명히 차이가 나며, 자생지도 다르다. |
노랑붓꽃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자라며 개체 수도 풍부한 금붓꽃과 함께 4월에서 5월까지 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계곡 주변 숲속 그늘에서 자생하며 키는 20cm 정도로 대표 종인 붓꽃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잎은 3~4장이 뿌리에서 나며 넓은 선형으로 폭 1.3cm, 길이 35cm까지 자랍니다. 꽃의 색과 형태는 금붓꽃과 거의 유사한데, 다만 꽃대 하나에 1개의 꽃의 피는 금붓꽃과 달리 항상 2개씩 꽃이 피는, 즉 1경 2화(1莖 2花)라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또 다른 1경 2화(1莖 2花)의 붓꽃인 노랑무늬붓꽃과는 꽃 색에서 차이가 납니다. 전체적으로 하얀 꽃 색에 작은 노란색 무늬가 있는 노랑무늬붓꽃에 비해 노랑붓꽃은 각각 3개의 바깥화피와 안쪽화피, 그리고 수술와 암술로 이뤄진 크기 2~4cm의 꽃 전체가 온통 노란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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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전국 어디서나 피는 각시붓꽃. 붓꽃의 대표색인 보라색 꽃이 핀다. |
따스한 봄날 연두색으로 물드는 숲에 들어,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는 계곡 가에 노랗게 피어 있는 수십 송이의 노랑붓꽃을 바라보노라면 하늘에서 요정들이 노란색 옷을 입고 내려와 앉아있는 걸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5..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