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펑펑 눈이 내리기에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가,
혹시 하는 마음으로 문을 나섰습니다.
양은 많지만, 사방이 채 얼기 전에 내리는 첫눈이기에,
내리면서 녹는 걸 생각해 동네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몇 발 내디뎌 야트막한 동산에도 발길을 했습니다.
눈싸움하는 조무래기들의 신명을 바라보며,
뭔가 하나쯤 나타나기를 고대했고
그 결과 단 한 송이 거반 시든 꽃향유를 보았습니다.
조만간 한 번 더 서설이 내린다면,
시들어가는 산국 무더기쯤은 만날 수 있는 곳까지 걸음 해야지 작정합니다.
좀작살나무와 등골나물, 산수유, 그리고 단풍잎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