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갑자기 찾아온 따듯한 날씨에 혹해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갔다가 어리석은 제 마음을 봤습니다.
한 2,3일 날이 풀렸다고 지난 겨울 혹독했던 그 추위를 금방 잊어버린 채 꽃타령하는 제 미욱함을 말입니다.
지난 겨울 역시 추위가 대단했었음을 얼음 계곡을 보고서 새삼 확인했습니다.
계곡의 얼음기둥은 웅장했고, 산 기슭엔 현호색 이파리 몇 가닥만 겨우 올라왓을뿐 아직도 꽁꽁 얼어있습니다.
기상예보에 따르면 개나리 진달래는 2,3일 일찍 핀다고 하지만,
산중에 피는 봄 꽃들은 아마도 일주일쯤은 더디 올라올성 싶습니다.
산중은 아직 한겨울이기에 한여름에 피어나던 수박풀, 수박풀의 환한 꽃이 더 생각납니다.
중앙아프리카가 고향인 수박풀은 멀리 이민 온 우리 땅에서 7,8월 꽃을 피웁니다.
길가나 논, 밭 가장자리에서 퇴약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흰색에 가까운 연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잎이 수박잎을 닮아서 수박풀이라 이름 붙었다는데,
제 눈엔 아침나절 피었다 진 뒤 맺힌 열매에 난 줄이 더 수박을 닮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