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하 수상한 봄날입니다. 며칠 한여름처럼 화창하더니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급기야 눈이 내리더니 이제는 기온마저 영하권으로 떨어질 기세입니다.
꽃도 연분이 있는지 어떤 건 그저 마음만 먹으면 활짝 핀 꽃을 만날 수 있는데, 어떤 건 몇해를 두고 쫓아다녀도 제대로 핀 것을 만나기 어렵기도 합니다.제겐 바로 깽깽이풀이 선덕을 더 많이 쌓아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그런 꽃인가 봅니다. 찾을 때마나 봄비가 오거나, 또는 때가 이르거나 늦고...이번에도 한창 만개했을 시기엔 미적거리다 뒤늦게 먼 길 나서 찾아갔더니 비바람이 몰아친 뒤여서 많은 꽃들이 이미 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오후에는 반짝 해가 나 아쉬운 대로 눈부신 꽃송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질어질하면서 아련한, 봄날의 몽환적 아찔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