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풀들이 무릎까지 차오르며 발걸음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무성해질 즈음 봄 꽃들이 그들만의 마지막 향연을 벌입니다. 은방울꽃 둥굴레꽃 피나물꽃 냉이꽃 등 풀꽃들이 피고지고 하는 사이 어른 무릎까지 오르는, 제법 큰 키를 자랑하는 당개지치도 역시 제법 큰 잎 사이로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영롱한 꽃송이를 치렁치렁 매달고 서 있습니다. 그런데 타원형의 제법 큰 잎 5~6개가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잎 겨드랑이 사이로 늘어진 자잘한 꽃송이를 무심코 지나치기일쑤입니다.

꽃도 인연이 있는가 봅니다. 누구는 흔히 만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그런 엇갈리는 인연이 있는가 봅니다. 5~6년 전 봄 마주친 후 다시 한번 담아봐야지 벼르고 별렀는데 그간 못 만나 애를 태웠는데 일주일 전 운두령서 끝물의 당개지치 꽃 몇 송이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별처럼 빛나는 작은 꽃, 자수정처럼 화사한 보라빛 꽃, 너른 잎들이 연초록 바탕색이 되어 분위기가 아주 그만인 당개지치 꽃을 봄이 끝나갈 즈음 만났습니다. 역시 그날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듯 자잘한 꽃송이를 흔들고 선 당개지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로 왔습니다. 이것으로 올 봄 꽃 축제는 파장인가 싶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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