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축구 국가대표감독 시절 '닥치고 공격'하라는 '닥공'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요.
그 것에 빗대 '닥보' 야생화라고 부르고 싶은 싶은 꽃이 있습니다.
바로 털개불알꽃(털복주머니란)입니다.
무조건 '닥치고 보호하고,닥치고 보존',즉 '닥보'해야 할 귀중하고 소중한 우리의 식물자원입니다.
이제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개체수가 아무리 넉넉 잡아도 오십여개를 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한 내 자생지라고 해봐야 두 곳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9개종의 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 중 하나로 지정돼 보호,관리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광릉요강꽃이 멸종위기종 1번이고, 털개불알꽃이 7번으로 지정됐지만,
자생지 수나 개체수를 감안할 때 가장 최우선적으로 보호,관리되어야 할 관리대상 1호는
털개불알꽃이라고 합니다.
털개불알꽃은 붉은 색 알록달록한 무늬가 첫 눈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6월 초순 만나본 털개불알꽃은 우선 키가 어른 손바닥 한 뼘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20~30cm 안팎으로 그냥 개불알꽃에 비해 절반 정도로 작다고 보면 됩니다.
당연히 꽃도 작습니다. 개불알꽃의 3분의 1정도나 될까요.
키 작은 꽃들을 위에서 내려다 보니 흰모자를 쓴 듯한데,
일견 보잘 것 없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야생화들이 그렇듯 눈높이 낯추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진가를 알게 됩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듯 줄기와 잎은 물론 꽃잎에까지 전초에 솜털같은 흰털이
수북하게 나 있어 개불알꽃 앞에 '털'자가 붙었습니다.
참 개불알꽃을 복주머니란이라고 바꿔 부른 뒤 '복'에 환장한 사람들의 손을 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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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볕도 아주 좋았던 날,
털개불알꽃 만나고 돌아오는 내내 행복했답니다.
철망을 두르고,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해 감시,관리하는 당국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이해했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