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 피어날 무렵~
타박타박 나귀를 타고~
장을 따라 사랑을 따라서~
오늘도 떠나가네~~~"
얼마 전 9월 초순 메밀꽃춪제가 열린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산허리를 뒤덮은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 환하게 빛나는 달밤
봉평~대화 칠십리길을 허생원처럼 타박타박 걷고 싶어서 길을 떠났습니다.
물론 허생원이 끌던 나귀 대신 자동차를 이용했지요.
"산허리로 달님은 걸쳐~
메밀꽃잎 푸르게 젖어~
푸른 달빛 숨이 막힐 듯~
옛사랑이 그리웁구나~"
소리꾼 장사익이 부른 '장돌뱅이'란 노래말을 절로 흥얼거립니다.
대화읍을 지나치면서 몇번 들렀던 적이 있는 작은 밥집에 들어섭니다.
고향집 어머니같은 순박한 안주인께서 반갑게 맞이합니다.
청국장에 순두부에 수수한 점심 밥상이 나오기 전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아침 나절 담았던 사진을 확인합니다.
제가 카메라를 만지는 걸 보더니 할머니께서 몇달전 일이 생각난다며 "비싸다 면서요~" 하고 물어보십니다.
얘기인 즉 몇달 전 손님 여럿이 와서 댁처럼 저마다 사진기 꺼내놓고 열심히 챙겨본 적이 있는데,
얼마 뒤 전화를 걸어 혹시 카메라 하나 놓고 간 것 없냐고 물어 왔고, 놓고간 게 없어 없다고 했는데
영 마음에 걸린다는 겁니다.
그 손님은 사진기를 놓고 갔다고 생각하기에, 전화를 걸었을텐데
"차라리 사진기를 하나 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내집에 찾아온 길손 한명의 분실물에 공연히 미안해하며,
차라리 내가 보상해줄까 하는, 따듯한 마음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사는 고장에서 만난,
립스틱 물매화입니다.
아직은 때가 일러 겨우 서너 송이 핀 것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