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는 늦었지요,
비는 오지요,
도로 공사로 자생지는 파헤쳐졌지요.
그야말로 3중고 속에 만난 대성쓴풀입니다.
"에이~너무 늦었지요. 하모 꽃이 진 게 벌써 언젠데예~"
 이리저리 길섶을 살피다 마침 관리직원이 보이길 게
"활짝 꽃 핀 대성쓴풀을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자마자 돌아온 대답입니다.
봄꽃이 이르다 했는데 다른 꽃들까지 앞다퉈 피고지고 합니다.
'그래도 한두송이쯤 꽃이 남아있겠지'
굳은 믿음으로  열심히 살피니 먼길 온 손님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듯
정말로 한송이가 살짝 꽃잎을 열어보입니다.
비가 오고 날이 흐리니 활짝 열지 않고 그야말로 부끄러운 듯 조심스레 얼굴을 드러냅니다.
살펴본즉 4장의 꽃잎마다 녹색점이 2개씩 아로새겨져 있고,
네개의 수술을 미쳐 벌어지지 못해 립스틱 바른 입술모양 동그랗게 뭉쳐있습니다.
그 가운데  암술 머리가 하나 들어있겠지요.
꽃은 새끼 손톱보다도 작은데 비해 씨방은 오히려 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산길 곳곳에서 눈에 선뜻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내년을 기약하라는 뜻인가 봅니다.
참 대성쓴풀처럼 작은 꽃을 담을 때 늘 실감하는 것이 있습니다.
'카메라의 힘'입니다.
사람의 눈으로는 뚜렷하게 식별조차 되지 않는 작은 꽃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 재현해 내는,
그 힘을 말입니다.
시작이 절반이라더니 6월도 어느 덧 중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장미의 계절 부디 '배반의 장미'가 한송이도 피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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