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꽃물고추나물
한여름 해가 쨍하게 뜬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다며 꽃봉오리를 열지 않아 두세 차례나 헛걸음을 했습니다.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가 거듭된 데다 당일엔 아침부터 줄곧 비가 오기에,
이번에도 꽃이 핀 걸 보기는 틀렸겠거니 생각하며 그저 상태가 보자고 들렸습니다.
그런데 아니 웬걸,
날이 궂던, 비가 오던, 중요한 건 제시간이 되어야만 시한폭탄이 터지듯이
때가 되면 꽃이 핀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 꽃봉오리가 하나둘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고추나물, 좀고추나물, 애기고추나물, 진주고추나물 등 국내에서 자생하는 물레나물과 고추나물류 가운데,
가장 예쁜 연홍색 꽃을 피운다는 물고추나물 이야기입니다.
습지에서 자라는 고추나물이어서 '물'자가 이름 앞머리에 들어갔습니다.
물고추나물 가운데 제주도 서귀포지역에서 자라며 흰색 꽃이 피는 것을
따로 흰꽃물고추나물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부른다는데,
이날 내륙의 자생지에서도 꽃 색이 흰 물고추나물을 여럿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