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봄의 계절입니다.
이파리도 없이 흰색의 작은 꽃부터 밀어 올리는 너도바람꽃과 노루귀,
그리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풀, 나무의 새순을 눈으로 먼저 보는 계절,
즉 시각이 앞서는 때입니다.
이에 반해 가을은 갈바람의 계절입니다.
갈바람에 실려 산과 들에 진동하는 갈색 향기를 코로 먼저 느끼는 계절입니다.
그 갈색 가을 향의 한가운데 꿀풀과 향유 속 식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는잎향유, 애기향유, 좀향유, 변산항유, 한라향유 등등.
그중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가장 흔하게, 폭넓게 자라는 꽃향유가
가장 대표적인 '향 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고산 정상에서 만난 꽃향유,
작지만 강한 그 향이 올가을 내내 곁에 머물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