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나룻배가 내려왔다.

홍이 자맥질을 하며 강물 속으로 몸을 숨겼다.

다시 떠올라 목을 내밀었을 때 나룻배는 지나가고 있었다.

시원하겄소.”

나룻배의 사공 목소리가 맑은 햇빛을 뚫고 울려왔다.

그리고 배는 하류를 향해 내려갔다.

맞은편은 전라도 땅. 강물에 기슭을 적신 가파로운 산에는 소목이 울창했다.

백로가 환상같이 흰 깃을 펴고 날아간다.

산기슭에 잠긴 물빛은 산그늘 때문인가 푸르고도 녹색이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구나.’

 

박경리의 '토지'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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