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우리 꽃’-8-단양쑥부쟁이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3-10-24>

 

가을 남한강 변에 소금을 뿌린 듯 흐드러진 단양쑥부쟁이!

국화과의 두해살이풀. 학명은 Aster danyangensis J.Y.Kim & G.Y.Chung.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찬바람 부는 가을 남한강 변에 소금을 뿌린 듯, 달빛에 젖은 듯 흐드러지게 피는 단양쑥부쟁이. @사진 김인철


깊어 가는 가을 선잠에서 일어나 강으로 갑니다. 새벽 강가에는 뽀얀 물안개가 피어납니다. 강물은 느릿느릿 계면조로 흐르고, 여기저기 자갈밭에는 소금을 뿌린 듯 희뿌연 꽃잎이 아침 햇살에 반짝입니다.

이효석은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백미라는 ‘메밀꽃 필 무렵’에서 봉평에서 대화까지 팔십리 길 산허리에 핀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 했지만, 필자에겐 단양에서 여주까지 100km 넘는 남한강 변 군데군데 흐드러진 연보랏빛 단양쑥부쟁이꽃 무더기가 그에 버금가는 절경으로 다가옵니다.

사진 김인철


한때 뉴스의 꽃이 되어 시쳇말로 ‘핫’한 야생화였던 단양쑥부쟁이. 이른바 ‘4대강 사업’ 추진으로 남한강 내 최대 자생지가 영원히 물에 잠길 수밖에 없어 절체절명의 멸종위기를 맞게 됐다고 야단법석의 주인공이 되었던 단양쑥부쟁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점차 뉴스는 물론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을지는 모르나, 생물학적 가치는 조금도 변한 게 없습니다.

여전히 자연적, 인위적 위협요인을 제거하거나 완화하지 않을 경우 머지않은 장래에 사라질 수 있는 79개 2급 멸종위기식물의 하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단양쑥부쟁이는 한반도 특산식물, 즉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식물입니다. 이는 우리 땅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영영 찾아볼 수 없게 되므로, 더욱더 각별한 관심을 두고 지켜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갈투성이 강변 모래밭에 뿌리를 내리고 연보라색, 또는 흰색의 꽃을 피우는 단양쑥부쟁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척박한 자연환경에 맞서지만, 크고 작은 개발과 자연재해의 무자비한 손길에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사진 김인철


이파리가 솔잎처럼 가늘다고 해서 ‘솔잎국화’라고도 불립니다. 모래와 자갈이 적당히 섞인 강변에서 자라는 두해살이로 첫해에 줄기가 15cm까지 크고, 이듬해에 높이 40~100cm까지 자라면서 꽃을 피웁니다. 그리곤 열매를 맺고 말라서 죽습니다. 키나 꽃 생김새는 여타 쑥부쟁이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잎이 한탄강 바위틈에서 피는 포천구절초나 조령산 등 높은 산 절벽에서 자라는 가는잎향유와 비슷하게 솔잎처럼 가늘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9월에서 10월까지 지름 4cm 크기의 머리 모양 꽃이 자주색 또는 흰색으로 꽃대마다 여러 개씩 달립니다.

사진 김인철


1902년 일본인 우치야마 도미지로(內山富次郞)가 수안보에서 처음 채집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937년 기타무라 시로(北村四郞)에 의해 한반도 특산의 변종으로 발표되었습니다. 1985년 충주댐 완공 이전만 해도 단양부터 충주까지 남한강 일대에 널리 분포했으나, 댐 건설로 자생지가 물에 잠기면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개발과 홍수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고, 현재는 충북 단양과 제천, 경기 여주 등지에 제한적으로 서식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의 대안으로 마련된 여주 일대의 대체 서식지는 초기 몇 년간은 안정적인 활착률과 생육 상태를 보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망초와 쑥, 금계국 등 경쟁력이 강한 식물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개체수가 줄고 있어 역시 대책이 필요합니다.

짙푸른 강물과 높푸른 가을 하늘을 든든한 뒷배 삼아 활짝 꽃을 피운 단양쑥부쟁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사진 김인철

사진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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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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