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우리꽃’-20-자주땅귀개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10-28>

 

벌레 잡아먹는 습지식물, 자주땅귀개!

통발과의 한해 또는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Utricularia uliginosa Vahl.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세상을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린 자주땅귀개. 작고 여린 습지식물이지만,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이다. 습지가 개발 등의 여파로 조금만 파괴돼도 쉽게 사라질 수 있어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됐다. @사진 김인철

 

오늘은 어디로 갈까?

꽃 찾아 길 위에 서면 문득 떠오르는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은 넓고 꽃은 많다.” 유명 기업인이 남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살짝 비틀어 봅니다. 물론 풀과나무는 대부분 산과 들에 서식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식물이 산과 들에만 사는 게 아닙니다. 염분이 높아 일견 식물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바다에도 물고기뿐 아니라 풀과 나무가 자생합니다. 칠면초나 해홍나물, 나문재, 순비기나무 등 염생식물이 철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사진 김인철


바다 아닌 육상의 물에도 연꽃, 순채, 남개연꽃 등 수련과 식물을 비롯해 갈대, 벗풀, 부레옥잠 등 수십 종의 수생식물이 자랍니다. 그런데 연못이나 저수지 등 물과 육지의 경계, 흔히 습지라 부르는 곳에도 나름의 식물이 삽니다. 맨땅도 깊은 물속도 아닌, 질퍽질퍽한 그곳에도 다양한 이끼류와 사초과 식물, 희귀 야생난 등 특유의 식물이 삽니다. 통칭하여 습지식물이라 부르는 종이지요.

이번에 소개할 종은 습지식물 중에서도 건조할 땐 바닥이 드러나고, 물이 찬다고 해도 발목이 잠기는 정도의 얕은 곳에 사는 종입니다. 몸집이 아주 작아 한참을 들여다봐야 전체적인 윤곽이 눈에 들고, 또 한참을 씨름해야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 종입니다. 땅귀개, 이삭귀개, 자주땅귀개 3형제가 주인공입니다.

보라색 꽃잎에 뚜렷한 4개의 흰색 줄무늬, 앞으로 툭 튀어나온 꿀주머니 등으로 자주땅귀개와 구별되는 이삭귀개 @사진 김인철


대동소이한 것을 견줄 때 ‘도토리 키 재기’라 말하지만, 그래도 도토리는 몸집은 큽니다. 이 ‘귀개’ 3형제는 키가 10cm에도 못 미치는 데다, 모두 쇠젓가락 정도로 가냘픕니다. 보잘것 없는 듯한 이들이 눈길을 끄는 건 흔히 볼 수 없는 식충식물이기 때문입니다.

엽록체를 가진 초록의 식물로서, 광합성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유기물을 자체 생산하기는 하지만 충분하지 않아 물속에 사는 미세한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부족분을 보충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통발과 비슷한 모양의 포충낭(捕蟲囊)이란 벌레잡이주머니를 사용합니다. 포충낭은 땅속줄기와 잎, 뿌리에 모두 달리는데, 크기가 1mm 정도에 불과해 맨눈으로는 식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진 김인철


3형제에 붙은 ‘귀개’는 귀지를 파낼 때 쓰는 귀이개의 준말로, 가늘고 길게 곧추선 꽃줄기에 달린 열매를 덮고 있는 꽃받침 조각이 아주 작은 숟가락을 똑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귀개가 이름에 들어가는 식물은 이들 외에 같은 식충식물이자 습지식물인 끈끈이귀개가 있습니다.

다 작지만 그래도 순위를 매기자면 땅귀개가 좀 더 크고 다음은 이삭귀개, 자주땅귀개 순이지만 역시 도토리 키 재기여서, 7~9월 피는 꽃의 색으로 노란색인 땅귀개를 구별하는 게 가장 쉽습니다. 이삭귀개는 자주와 보라, 자주땅귀개는 연한 자주와 연분홍으로 꽃 색 구분이 다소 애매한데, 이삭귀개는 꽃자루가 없고 자주땅귀개는 꽃자루가 길어서 확연히 구별됩니다. 꿀주머니인 거(距)도 이삭귀개는 앞으로 튀어나온 데 반해 자주땅귀개는 밑으로 향합니다.

10cm 안팎의 꽃줄기 좌우로 작은 숟가락 모양의 열매 꽃받침을 달고 선 땅귀개. ‘귀개’가 식물명에 들어간 이유를 말하는 듯하다.@사진 김인철


자생지도 다릅니다.

땅귀개와 이삭귀개는 남부에서 충청, 경기까지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자주땅귀개는 경남과 전남, 제주 등 남쪽에만 분포합니다. 남부 지역에서는 같은 곳에 땅귀개, 이삭귀개, 자주땅귀개 3형제가 모두 서식하기도 하는데, 개체 수는 자주땅귀개가 현저하게 적습니다. 이렇듯 분포 지역도 좁고 개체수도 적어 환경부가 2005년부터 자주땅귀개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9월 초순 충남의 작은 산에서 만난 땅귀개 군락. 등산화가 잠길 정도의 습지에 핀 노란색 꽃과 짙은 붉은색의 열매 꽃받침 조각이 멋진 하모니를 선사한다.@사진 김인철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9-세뿔투구꽃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9-28>

 

로마 병정의 청동 투구를 닮은 특산식물, 세뿔투구꽃!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Aconitum austrokoreense Koidz.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5개씩 달린 총상화서를 연이어 매단 줄기가 땅에 닿을 듯 길게 뻗었다. 꽃 색은 연한 자주색, 진보라 무늬가 박힌 흰색, 미색, 흰색 등으로 다양하다. 청량산은 최북단 자생지이자 최대 군락지로 꼽힌다. @사진 김인철


‘추석 폭염’으로 낮 기온이 35, 6도까지 치솟은 9월 19일 ‘어머니의 산’ 지리산을 올랐습니다. 경남과 전남, 북 3개 도에 걸쳐 가장 넓은 산지를 지녔다는 지리산 노고단(1507m)을 찾았습니다. 성삼재주차장에서 노고단까지 4.7km 최단코스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오리방풀과 벌개미취, 이고들빼기, 까치고들빼기, 산층층이, 이질풀, 개쑥부쟁이, 물봉선 등이 줄지어 인사를 합니다. 유례없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꽃대를 올리고, 꽃잎을 연 야생화의 건강한 생명력에 또 다시 경탄합니다.

길섶의 꽃들과 인사하며 1시간쯤 오르니 지리산 대피소. 잠시 숨을 고른 뒤 완만한 돌계단 길을 택해 정상으로 향합니다. 앞선 동행이 신이 나서 묻습니다. “여기 신기한 꽃이 있어요. 전에 본 것 같은데, 이름이 뭐더라?” 등산로 목책에 기대어 핀 진한 보라색 꽃떨기가 길을 막아선 것입니다. 땅에 닿을 듯 늘어진 긴 줄기 끝에 다닥다닥 달린 꽃송이가 숲속에도 여럿 눈에 띕니다. “꽃송이 전체를 보지 말고, 낱개의 꽃을 찬찬히 살펴봐요. 고대 로마 무사들이 나오는 영화 속 뭔가를 닮지 않았나요?” “아 맞다. 투구꽃!”

사진 김인철


통상 식물명은 서식지나 형태, 색깔, 개화 시기 등의 여러 특징에서 유래하는데, 투구꽃은 꽃의 생김새를 반영한 모범 사례라 말할 만합니다. 긴 꽃자루 하나에 어긋나게 달리는 낱낱의 꽃이 옛 무사들이 갑옷과 함께 머리에 썼던 투구를 닮은 것이지요. 꽃은 고깔 모양의 위꽃받침 1개와 둥근 옆꽃받침 2개, 길쭉한 밑꽃받침 2개, 그리고 위꽃받침 속에 파묻힌 긴 꽃잎 2장과 수술, 씨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삼각형 잎의 세 끝이 뿔처럼 뾰족한 게 차별화된 특징인 세뿔투구꽃. 우리나라의 남쪽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사진 김인철


투구꽃은 특이한 형태뿐 아니라, 그 섬뜩한 쓰임새로 인해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사극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사약의 원료, 독화살에 묻히는 독의 원료가 바로 투구꽃에서 추출한다는 것이지요. 한약재로 쓰일 때는 초오두(草烏頭)니 초오, 오두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모두 까마귀머리를 닮은 꽃이 피는 풀이라는 뜻입니다. ‘투구’가 ‘까마귀머리’로 바뀐 셈이지요.

사진 김인철


‘꽃은 9월에 피고 자주색’이라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이 설명하듯 전형적인 가을꽃인 투구꽃. 웬만큼 큰 산에 가면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국·러시아 등 유라시아 북반부는 물론 북아메리카 등지에도 자생합니다.

서식지가 폭넓을 뿐 아니라 종류도 다양해 자생지 및 형태, 특성 등의 차이에 따라 250개가 넘는 종으로 분류됩니다. 우리나라도 각시투구꽃에서부터 한라투구꽃까지 모두 16종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투구꽃속 식물로 담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19일 지리산 노고단 등산로에 핀 투구꽃.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리는 꽃떨기가 무거운 듯 목책에 긴 줄기를 기대고 있다. 세뿔투구꽃에 비해 잎이 여러 갈래로 깊고 가늘게 패었다. @사진 김인철

고깔 모양의 위꽃받침 1개와 타원형 옆꽃받침 2개, 그리고 길쭉한 밑꽃받침 2개로 이뤄진 낱낱의 꽃 모양이 고대 무사들의 투구를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은 투구꽃. @사진 김인철


이 중 세뿔투구꽃은 남쪽이란 의미의 라틴어 와 한국을 뜻하는 를 합성한, 즉 <한반도 남쪽에서 서식하는>이란 의미의 ‘austrokoreense’를 학명의 종소명에 사용한 데서 알 수 있듯 한반도 특산식물입니다. 최북단인 경북 봉화 청량산에서부터 대구 청룡산과 구미 금오산, 경남 거창 덕유산과 합천 가야산, 산청 지리산, 전남 광양 백운산을 거쳐 최남단 경남 남해까지 제법 여러 곳에서 자생합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4년 일본인 식물학자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가 경남 산청 지리산 대원사 부근에서 채집한 표본을 근거로 세뿔투구꽃을 신종으로 발표했습니다.

꽃은 색이 다소 옅은 것 외에 투구꽃과 형태상 별 다를 바 없지만, 세 끝이 뾰족한 삼각형 잎은 확연하게 차이 납니다. 잎은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지고, 그 세 끝이 메 산(山)자처럼 뾰족해 전체적으로 3개의 뿔이 난 것처럼 보입니다. 자생지는 여럿이지만 개체수가 많지 않고, 약재로 남획될 위험이 커 환경부가 1993년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8-각시수련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8-27>

 

폭염을 즐기는 ‘물의 요정(妖精)’, 각시수련!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 학명은 Nymphaea tetragona var. minima (Nakai) W.T.Lee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고요한 호수에 잠자는 듯 피어있는 각시수련. “물에 뛰어들어 더위를 날려 보내라.”고 유혹하는 듯 초유의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순백의 꽃잎을 활짝 열고 있다.@사진 김인철


초유의 폭염이라고 합니다. 가장 긴 더위라고도 합니다. 27일째 이어진 열대야는 118년 기상 관측 사상 최장 기록이었다고도 합니다. 그야말로 본때를 보여준 여름 더위입니다. 이런 복더위에 먼저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역발상을 고집하며 산을 올라 멸종위기종인 나도승마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슬며시 어깃장 놓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름엔 물이 최고지. 물놀이하며 더위를 제대로 날려야지.” 외면할 수 없는 요구에 물속으로 뛰어드는 정공법을 택합니다. 그리곤 ‘물의 요정(妖精)’ 각시수련을 만납니다.

사진  김인철


땡볕 아래 저 멀리 청초하게 핀 작은 꽃송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만 세찬 바람이 불어도, 잠시 소나기만 쏟아져도 잠길 듯 아슬아슬 물 위에 떠 있는 각시수련입니다. “산바람과 계곡물이 시원하다지만, 뭔가 부족하지 않으냐며 어서 물로 들어오라.”고 유혹합니다.

연꽃이나 다른 수련 종류에 비해 꽃도 작고 잎도 작아 애기수련이라고도 불리는 각시수련. 끝이 뾰족한 타원형 꽃받침 4개에 꽃잎은 8장 안팎이며 노란색 수술이 많다. @사진 김인철


하늘을 덮을 듯 큼지막한 연꽃잎에 비해, 지름 5cm 안팎의 꽃도 작고 잎도 작아서 애기수련으로도 불리는 각시수련은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희귀 특산식물입니다. 처음 발견된 곳은 못 가본 지 반백 년도 넘어 이름도 낯선 황해도 장산곶, 몽금포라는 데, 이 때문에 여러 도감은 지금도 황해도 장산곶, 또는 황해도 몽금포를 대표적인 자생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자생지로는 강원도 고성의 오래된 작은 연못이 거의 유일합니다. 고성과 장산곶 아래 남쪽에서는 더 이상의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은 전형적인 북방계 수생식물인 셈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멸종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 환경부가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진  김인철


오래전 처음 각시수련을 만났을 때의 상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할까요. 물어물어 겨우 알게 된 자생지 연못에 달려갔는데, 도통 한 송이도 보이질 않습니다. 아무리 작다지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는 아닐 텐데, 장소를 잘못 찾았나, 벌써 철이 지났나… 하면서 서성대다 문득 지인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보통 점심 먹고 찾아가서 만났다. 아침나절에 가면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아예 볼 수 없다. 낮 1시는 넘어야 얼굴을 볼 수 있을 게다.” 장황하게 설명을 들었지만, ‘그래도…’ 하는 생각에다 한낮의 찜통더위를 피할 겸 한두 시간 일찍 가도 만날 수 있겠거니 했는데 오산이었던 겁니다. 어쩔 도리 없이 1시간 반 넘게 주변을 맴도는데 일순 연못 여기저기에서 자잘한 꽃송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텅 비었던 수면 위로 무엇인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확하게 낮 1시 15분부터 시작된 각시수련의 깜짝 등장을 지켜보면서, 학명 중 속명 님파이아(nymphaea)가 그리스 신화 속 ‘요정(妖精)’ 님프(nymph)에서 따온 것이라더니 과연 물의 요정이라 이를 만하다고 끄덕였습니다.

각시수련이 피어있는 강원도 고성의 한 오래된 연못의 전경. 10년 전(사진)과 2년 전(아래 사진) 주변 경관의 차이에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인 각시수련이 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사진 김인철

사진 김인철


뿌리를 물 밑 땅속에 고정한 채 말발굽 모양의 타원형 잎만 수면에 띄우고 사는 부엽식물(浮葉植物)로, 여름에 피는 꽃이 밤이면 잠을 자듯 꽃잎을 접고 물속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수련(睡蓮)이라 불립니다. 이름 앞에 아내 또는 새색시를 뜻하는 ‘각시’가 붙었으니 작고 연약한 여성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지만, 실제의 모습은 큰 연못의 주인인 양 당당합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대낮이면 꽃잎을 열었다가 저녁이면 접고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음날 다시 올라오기를 3~4회 반복한 뒤 열매를 맺고 아예 물밑으로 가라앉으면, 또다시 새로운 꽃이 피는 식으로 개화 기간이 6월에서 9월 초순까지 서너 달가량 길게 이어집니다.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7-나도승마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7-22>

 

삼복더위에 피는 한반도 특산종, 나도승마!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Kirengeshoma koreana Nakai.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전남 광양 백운산 중턱 계곡 부근에 핀 나도승마. 꽃이 드문 7월 하순 초록의 숲에 연노랑 작은 꽃들이 보석처럼 빛난다.@사진 김인철

 

초복이 지났고, 말복까지는 열흘 넘게 남았으니 그야말로 삼복더위의 한복판입니다. 장마까지 겹치면서 폭염과 열대야, 폭우가 중부, 남부, 동해안, 서해안 등을 돌아가며 강타하고 있습니다. 한여름 산에 들면 이글거리는 태양이 일순 진초록 숲에 가려 빛을 잃지만,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땀마저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울울한 나뭇가지와 풍성한 초록이 그늘과 고요, 적막을 만들지만, 치솟는 한여름의 열기까지 식힐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숲엔 얼마 전만 해도 발에 차이던 풀꽃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옥잠난초나 감자난초, 병아리난초 등 난초류는 물론 철쭉, 찔레꽃, 큰앵초, 민들레, 장구채, 풀솜대, 노루발, 그리고 여러 종의 제비꽃 등 크고 작은 풀꽃과 나무꽃들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정적만이 감돕니다.

 

사진 김인철


하지만 무미건조한 초록의 숲을 뚜벅뚜벅 오르는 발걸음마저 활기를 잃은 건 아닙니다. 아니, 하나둘 내딛는 등산화에선 복더위마저 내칠 듯 세찬 힘이 느껴집니다. 세계에서 하나뿐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사라지면 그것으로 곧 멸종이라니 그 얼마나 소중할까 싶은 희귀식물을 곧 만난다는 생각에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설렘마저 엿보입니다. 그렇다고 가장 높은 곳에 숨어 사는 것은 아니기에, 폭염에 산 정상까지 오르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해발 800~1,000m의 산 중턱 계곡 주변에 드물게 산다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의 설명대로 산 초입에서 한 시간 정도 오르면 됩니다. 물론 산에 든다고 해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앞서도 밝혔듯 7월의 숲은 무미건조한 초록입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엇비슷한 녹색의 잎을 잔뜩 단 나무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게다가 500여 개체가 서식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50개체 안팎으로 격감했고, 꽃마저 엄지손가락 정도로 작기 때문에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처럼 땀 흘리며 숨바꼭질해야 비로소 대면할 수 있습니다.

손바닥 모양의 마주나는 큰 잎이 미나리아재비과의 승마류 식물과 닮았다고 해서 나도승마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짐작된다.@사진 김인철


“전라남도 광양시, 백운산, 경상남도 산청에만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 나도승마에 대한 국생종의 간략한 설명입니다. 고유종(固有種)이란 ‘특정 지역에만 분포하는 생물의 종’이란 뜻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전남 광양 백운산과 경남 산청 지리산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물학계에 따르면 ‘나도승마’속 식물은 일본과 중국에 1종, 그리고 우리나라에 1종 등 세계적으로 단 2종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나도승마는 줄기에 털이 빽빽하고 녹색이며, 단면이 6각형으로 일본과 중국의 종과는 구분됩니다. 일본과 중국의 종은 줄기가 자줏빛을 띠며 단면도 4각형이고, 털이 적습니다. 또 우리나라 종은 꽃줄기 끝에서 꽃대가 1개씩 나와 1~5개의 꽃이 달리지만, 일본 종은 잎 짬에서 가지가 갈라져 꽃대가 여러 개 만들어지면서 꽃의 수도 많아지는 등 두 종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증거들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사진 김인철


손바닥 모양의 큰 잎이, 전혀 다른 식물인 미나리아재비과의 승마(升麻)류 식물과 비슷하다고 해서 나도승마란 이름이 붙었는데, 1935년 일제강점기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에 의해 신종으로 발표됐습니다. 당시 표본을 채집한 곳이 전남 광양 백운산이어서 ‘백운승마’라고, 또한 꽃색이 노란색이어서 ‘노랑승마’라고도 불립니다.

나도승마와는 전혀 다른 종의 식물인 승마. 나도승마의 큰 잎이 승마의 잎과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사진 김인철


한여름 녹음이 무성한 숲에서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키나 잎 등 덩치를 키워야 하는데, 이에 따라 키는 1.5m 안팎까지, 잎은 폭 30cm까지 자랍니다. 꽃은 7~8월 옅은 노란색 종 모양으로 핍니다.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길이 4cm 안팎의 꽃이 1~5개씩 뭉쳐서 달리는데, 옆이나 아래를 향합니다. 길이 2~4cm의 꽃잎이 5장, 암술대 3~4개, 수술은 15개. 열매는 둥근 삭과이며, 지름이 1.5cm쯤 됩니다.

경남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는 몇 해 전 지리산 자락인 경남 산청 웅석봉에서 나도승마 20여 개체의 서식지가 발견됐다고 발표, 화제가 됐습니다. 그간 문헌자료에서 지리산에 자생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확인했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자생지가 2~3곳으로 극히 적고 좁으며, 개체수도 적어 환경부가 멸종위기식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습니다.

 훤칠한 키에 연노랑 꽃을 단 나도승마의 활달한 자태에 한여름 무더위도 저만치 물러나는 듯싶다.@사진 김인철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5-홍월귤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5-23>

 

‘설악의 혹한쯤 돼야 살만하다’는 홍월귤!

진달래과의 낙엽 관목, 학명은 Arctous rubra (Rehder & E.H.Wilson) Nakai.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5월 중순 설악산에 최대 40cm까지 쌓인 눈더미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 홍월귤의 노란 꽃송이. 싱그러운 녹색 잎을 포함해 전초의 크기가 높이 10cm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사진 김인철


“15과 16일 사이 큰 눈이 내린다니, 17일 올라갑시다.”

Y 선생에게 온 반가운 문자다. 산불방지 기간이 끝나는 대로 설악산 산등성이로 함께 꽃 탐사를 가자고 한 달 전쯤 부탁했고, 그 답을 기다리던 터였다. 해발 1,708m의 대청봉 정상 일대까지 왕복 산행에만 7시간이 넘게 걸리는 고산 탐사. 어설프게 올랐다 자칫 찾는 꽃을 못 보고 내려올 수도 있기에 내로라하는 ‘야생화 고수’의 한 명으로 꼽히는 Y 선생에게 동행을 청했고, D-Day가 잡힌 것.

소청대피소 부근에 전날 최대 40cm의 눈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낮 기온이 15도 안팎까지 오르고 밤 기온도 영상에 머무는 것을 여러 일기예보 사이트에서 확인한 만큼 17일 새벽 4시 큰 경계심 없이 오색약수터 인근 남설악 탐방센터를 통과합니다. 동트기 전인만큼 랜턴 불빛에 의지해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 오릅니다. 그러면서 간절히 기원합니다. ‘제발 싱싱하게 꽃 펴 있어라.’ 통상 일반인은 매년 입산통제기간이 끝나는 5월 16일 이후에나 처음 대면하게 되는 오늘의 주요 탐사 대상식물의 꽃이 어떤 해는 볼만했고, 어떤 해는 이미 시들었었다고 하기에.

2시간여 오르자 서서히 어둠이 걷힙니다. 랜턴을 끄고 오른편에서 설악폭포의 시원한 물소리를 듣습니다. ‘폭설에 수량이 많이 늘었나 보네.’ 정도 생각하며 대수로이 여기지 않고 발길을 재촉합니다. 한데, 산기슭에 잔설이 보이는가 싶더니 조금 더 오르자, 아니 웬걸 등산로를 덮은 눈에 발목까지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6시간 눈길을 왕복합니다. 아이젠 없는 눈길 산행도 악전고투였지만, 꽃이 눈에 덮여 찾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낭패일 수 있었습니다.

대청봉, 중청봉을 지나 산행 5시간여 만인 9시 무렵 목표 지점에 도착합니다. 산등성이에 걸터앉은 바위 더미에는 우려했던 대로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특히 꽃이 보이기는커녕 풀과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을 바위 틈새마다 어김없이 손목 높이까지 눈이 차 있습니다. 난관을 일시에 타개한 것은 역시 Y 선생. 여러 차례의 탐사 경험을 토대로 꽃자리를 정확하게 찾아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듯 맨손으로 조심조심 눈을 떠냅니다.

사진 김인철


순간 콩알만 한 크기에 단지 모양을 한 연한 황색 꽃 10여 송이가 깜찍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8년 전인 2016년 6월 백두평원의 바위 더미에서 처음 본 꽃과 똑같은 모습입니다.

5cm쯤 되는 다소 큰 잎까지 포함해서 전초의 높이가 10cm도 안 되는, 그렇다고 풀이 아니라 엄연히 나무인 홍월귤입니다. 꽃은 9~10월 달고 신 맛이 나는 동근 모양의 붉은 열매로 익는데, 툰드라지대의 곰들이 이 열매를 즐겨 먹는다고 해서 베어베리(Bearberry)라는 영어 이름을 얻었습니다.

 콩알만 한 크기에 초미니 단지 모양의 홍월귤꽃. 줄기 끝에서 땅을 보고 1~3개씩 달린다. 4, 5갈래로 갈라진 끝이 뾰로통해서 입술을 오므린 듯 앙증맞다.@사진 김인철

사진 김인철


전형적인 북방계 극지·고산식물로서 세계적으로 단 3종이 있는데, 그중 한 종이 오직 설악산에서만 자라고 있습니다.

빙하기 때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왔다가 이후 기온이 오르면서 대부분 절멸했고 일부가 설악산 정상 부근에서 겨우 연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고산, 강추위가 홍월귤엔 오히려 사활적 생존조건이 되고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수년 전 200여 개에 달했다는 개체수가 현재는 10개도 관찰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홍월귤입니다.

.2016년 수목한계선 위 드넓은 백두평원에서 처음 만난 홍월귤꽃. 북한지역에서는 백두산과 개마고원 등지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 김인철

사진 김인철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6-으름난초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6-26>

 

 진초록 숲에 홀연히 솟아난 금방망이, 으름난초!

난초과의 여러해살이 기생식물. 학명은 Cyrtosia septentrionalis (Rchb.f.) Garay.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초록의 숲에서 황갈색의 꽃을 피운 으름난초. 위풍당당한 모습이 땅속에서 불쑥 솟아난 금방망이 같다. @사진 김인철

사진 김인철

 

“어떻게 생겼어?”

“가을에 뒷산에 가면 나뭇가지를 휘휘 감은 덩굴에 달리는 열매 있지? 농익으면 껍질이 쩍 갈라지며 하얀 속살이 드러나는, 그 으름과 아주 닮았어. 물론 더 크고 더 길지.”

‘요즘 아이들’이 끔찍이 싫어한다는 “나 때는 말이야~”식 어투로 추억한 바나나에 대한 설명입니다. 1960~70년대 전량 수입식품이던 바나나는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 파는 가게도 거의 없어 웬만한 서민은 구경조차 못했고, 그 모습을 궁금해 했습니다. 그때 가장 그럴듯한 비교 대상이 된 게 바로 으름이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으름을 아는 아이들이 많지 않으니, 그들에겐 ‘바나나를 닮은 야생 열매’라는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신록의 봄이 끝나고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 하순에서 7월 초 사이 초록이 무성한 숲에 들어, 운수 대통한 날이면 자연이 선사하는 황금색 방망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아무런 예고 없이 홀연히 나타난 황갈색 꽃송이에 “이게 뭐지?” 하며 놀라게 됩니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못 하는 기생식물이지만, 일단 꽃대를 올렸다 하면 빙 둘러 나는 가지마다 풍성하게 꽃이 달린다.@사진 김인철


흔히 날렵한 상록의 이파리 사이에 꽃대가 길게 올라와, 빨주노초파남보 총천연색으로 화사하게 핀 난초꽃에 익숙한 눈에는 얼핏 깡마른 나뭇가지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길거나 넓은 초록의 잎이 아예 없는 것은 물론, 전초 어디에서도 녹색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뜬금없이 땅에서 불쑥 솟아난 도깨비방망이처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사진 김인철


제주도를 비롯해 태안과 진안, 김천 등 충청 이남 10곳 안팎에 자생하는 남방계 식물인 으름난초.

글머리에서 장황하게 언급한 으름이 그 식물명에 쓰였는데, 꽃이 진 뒤 주렁주렁 달리는 열매의 독특한 모습이 으름 열매와 똑 닮은 데서 연유합니다. 10년 전인 2014년 6월 23일 안면도 숲에서 처음 으름난초를 만났는데, 결실을 본 모습이 보고 싶어 40일 뒤인 8월 3일 자생지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름처럼 으름을 닮은, 길이 6~8cm의 타원형 열매가 풍성하게, 그리고 짙붉게 익어가는 장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꽃 핀 뒤 40여 일 후에 진홍빛으로 익어가는 타원형 열매들. 그 모습이 으름을 닮았다고 해서 으름난초란 이름이 붙었다.@사진 김인철


으름난초의 전초 어느 곳에도 녹색의 엽록소가 없다는 것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즉 자신의 힘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기생식물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쑥 뿌리에 기생하는 백양더부살이나 나무줄기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겨우살이 등과 달리, 죽은 생물의 몸이나 배설물 등에 기대어 사는, 이른바 부생식물(腐生植物)입니다.

특히 낙엽수림 밑 으름난초의 땅속뿌리 안에 아르밀라리아(Armillaria)라는 버섯의 균을 들여 영양분을 흡수해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땅 위로 올라온 줄기는 높이 30~150cm로 자라면서 빙 둘러 10개 안팎의 가지를 치는데, 가지마다 지름 2~3cm의 황갈색 꽃이 5~10개씩 다닥다닥 달립니다. 해서 한 발 떨어져서 보면 풍성한 금방망이처럼 보입니다.

사진 김인철


이렇듯 균사(菌絲)의 도움으로 버섯에 기생해 생존하는 으름난초의 생태적 특성 탓에 아직 인공적 증식도, 자생지 외 보전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만난 으름난초를 내년에 같은 장소에서 또 본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해살이 식물이지만, 해마다 같은 장소에서 꽃대를 올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해 땅 위로 솟아나 꽃을 피웠다가 이듬해 종적을 감췄다가 몇 년 뒤에 홀연히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낙엽 활엽 관목인 으름덩굴의 열매인 으름. 타원형에 하얀 속살로 인해 ‘한국바나나’라고 불리기도 한다.@사진 김인철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3-털복주머니란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3-26>

 

소 풀 뜯고 실개천 흐 백두대간에 피는 북방계 난초, 털복주머니란!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ypripedium guttatum Sw.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철책을 두르고 보호 중인 강원도 함백산 자생지에 핀 털복주머니란. 6월 초순 활짝 핀 꽃을 만났다. @사진 김인철


국내에서 자라는 100여 종의 야생 난초 가운데 큼직하고 생김새가 독특하며 색상이 화려한 난초꽃을 꼽는다면 아마 복주머니란 속의 자생 난초 셋이 앞자리 5개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 그리고 털복주머니란 중 어느 것을 앞에 세울지는 선정하는 이의 관점과 취향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만큼 이들 셋의 자생지가 이미 탐욕스러운 나쁜 손들에 의해 크게 훼손되었고, 앞으로도 남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결과 광릉요강꽃과 털복주머니란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복주머니란은 2급으로 지정, 보호받고 있습니다.

절멸의 위기 속에서도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은 새로운 자생지가 하나둘 확인되고 있지만, 털복주머니란은 최근 20여 년간 기존의 자생지 외 그 어느 곳에서도 새로운 개체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에 따르면 “털복주머니란은 오랫동안 남한에는 자생하지 않는 북방계 난초로 여겨져 오다 1990년대 초에 강원도 정선 함백산에서 도로공사 중 처음 발견돼 잡지에서 소개되었는데, 채취꾼들의 표적이 되면서 수백 포기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진 김인철


환경부와 산림청은 이후 함백산에 남은 두 개 자생지에 각각 철조망을 두르고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해 특별 보호하고 있는데, 총 개체 수는 두 곳을 합해 모두 100촉 미만이며, 그중 꽃을 피우는 개체 수는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함백산 이외 설악산에서도 발견되었다는 기록은 있으나, 현재 확인된 바 없으니, 그야말로 철책으로 둘러싼 두 곳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는 대신, 털복주머니란의 종자 꼬투리를 채취해 무균배양으로 300여 개체에 달하는 대량 인공 증식에 성공했고, 이 중 일부를 함백산 자생지에 이식하는 등 관련 부처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증식·복원 사업이 점차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서 고무적입니다.

키가 30cm 정도까지 자라는데 줄기와 이파리는 물론 꽃받침 등 전초에 솜털 같은 하얀 털이 빼곡히 나 있어 국명에 ‘털’ 자가 들어갔습니다. 꽃은 입술꽃잎과 곁꽃잎 등 3장의 꽃잎과 3장의 꽃받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함백산 자생지에서는 대개 6월 초 활짝 핍니다. 순판(脣瓣)으로도 불리는 3~5cm 크기의 입술꽃잎이 주머니 모양이어서 ‘복주머니’가 이름에 들었는데, 알록달록 화려한 홍자색 무늬가 특징입니다.

수목한계선 위 드넓은 백두평원에서 들쭉나무와 월귤 등 키 작은 관목들 사이에 피어 있는 털복주머니란. 함백산보다 한 달 늦은 7월 초 만개했다. @사진 김인철

사진 김인철

 

수년 전 7월 초순 천지(天池)를 보기 위해 지프를 타고 백두산 북쪽 능선을 오르는 길 무심코 내다본 차창 밖 백두평원 곳곳에서 알록달록한 꽃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설마 그 귀한 털복주머니란일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다음 날 백두평원 한 귀퉁이에 올라 전날 스치듯 본 그 꽃들이 바로 털복주머니란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꽃 피는 시기만 한 달가량 늦을 뿐 같은 꽃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동유럽, 러시아, 중국, 몽골, 일본, 알래스카, 캐나다 등 북위 40도 이상 아한대(亞寒帶)가 고향인 북방계 식물이기에 백두산 일대에서 손쉽게 만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면서 백두산에서 함백산 사이 백두대간에 자리한 북녘의 고산지대에도 털복주머니란이 흔하게 자생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이래저래 통일을 간절하게 염원하게 됩니다.

알록달록 홍자색 무늬가 화려한 털복주머니란의 꽃. 주머니 모양의 입술꽃잎을 중앙에 두고 양편에 곁꽃잎이 귀처럼 달렸다. 줄기 등 전초에 흰 털이 가득하다.@사진 김인철

사진 김인철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3-26>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4-갯봄맞이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4-25>

 

떠나는 ‘절정의 봄’을 안타까워하는 듯 피는 갯봄맞이!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ysimachia maritima (L.) Galasso, Banfi & Soldano var. obtusifolia (Fernald) Yonek.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봄의 끝자락인 5월 하순 때 이른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동해의 한 작은 호숫가에 싱싱하게 피어난 갯봄맞이꽃 무더기. 일견 이름 없는 잡초처럼 보이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희귀종이다. @사진 김인철


“그래, 그 귀하다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보자.”

“이게 뭐야. 이것 보자고 이 무더위에 여기까지 달려왔단 말이야?”

몇 해 전 5월 하순 꽃 보러 가는 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루 시간 내서 함께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오랫동안 별러온 친구들에게 “아주 귀한 것 보여 주겠다.”라고 설득해 동행했습니다.

사진 김인철


짙푸른 동해도 보고, 가슴으로 밀려오는 바닷바람도 맞고, 시원한 파도 소리도 듣자며 모처럼 산보하듯 즐겁게 떠났습니다. 멀리 동해까지 가는 동안 내심 실제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텐데, 공연히 친구들의 귀한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역시 첫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전에는 비무장지대 넘어 북녘에 가야 볼 수 있던 꽃이야. 최근에야 남쪽에도 고성과 포항, 울산 등 동해 서너 군데에서 자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어. 그래도 워낙 희귀종이어서 국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서 관리, 보호하고 있어.”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갯봄맞이꽃 무더기.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인 갯봄맞이가 연홍색 꽃잎을 활짝 열고 떠나는 ‘절정의 봄’을 아쉬워하는 듯하다..@사진 김인철


갯봄맞이의 희귀성, 중요성 등을 애써 강조하지만, 여전히 심드렁합니다.

“그리고 갯봄맞이 꽃이 피어 있는 지금 5월 중순은 봄이라기보다 여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식물명에 ‘봄맞이’란 단어가 들어갔으니 어째 어색하지 않니? 그게 바로 이 꽃의 유별성(類別性), 다시 말해 함경도 등 주로 북녘땅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의 색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거야. 예로부터 워낙 추운 지방이어서 봄이 늦게 시작되는 함경도 바닷가에서 5~6월에야 피는 이 꽃을 보고 ‘갯봄맞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라고·…”

나름대로 설명을 이어가자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열심히 사진 많이 찍어라.’라고 말없이 응원합니다.

사진 김인철


먼 길 오느라, 자생지 찾느라 바빴던 마음을 진정하고 찬찬히 꽃을 들여다봅니다.

바다와 분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비바람이 강하게 불면 바닷물과 모래가 수시로 넘어올 것으로 보이는 해안 호수, 이른바 석호(潟湖) 가장자리 모래밭에 핀 갯봄맞이. 키가 작은 건 5cm 안팎에서, 제법 큰 것은 20cm 정도에 이르지만 무리 지어 자라는 모습은 그저 영락없는 ‘잡초’처럼 보입니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 형성된 호수인 석호(潟湖)의 모래밭에 떼 지어 자라며 활짝 꽃을 피운 갯봄맞이. 자생지는 극소수이지만, 자생지 내 개체 수는 풍성해 그나마 다행이다.@사진 김인철


통통한 줄기에 잎이 좌우로 다닥다닥 달리고, 줄기와 잎 사이 겨드랑이마다 옅은 붉은색이 도는 흰 꽃이 다닥다닥 돋아나 있습니다. 꽃 색이 아예 흰 것도 있습니다. 새끼손톱만 한 꽃은 끝이 5갈래로 갈라지고, 그 가운데 수술 5개와 암술 1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잎과 꽃 모두 자루가 없이 줄기에 딱 달라붙어 있어 낱낱의 꽃을 사진에 예쁘게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자생지의 수가 극히 제한적이고 전초의 크기가 작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자생지마다 자라는 갯봄맞이의 개체 수는 수백, 수천을 넘을 만큼 풍성해 다행스러웠습니다.

사진 김인철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2-독미나리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2-22>

 

소 풀 뜯고 실개천 흐르던 고향 떠올리는 독미나리!

산형과의 여러해살이 유독식물. 학명은 Cicuta virosa L.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백두산 인근 누런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들판과, 물이 흐르는 천변에 핀 독미나리꽃.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자연환경 때문인지 흔하고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사진 김인철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렇습니다. 누렁이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들과, 그 한편에 유유히 흐르는 실개천에서 ‘차마 꿈엔들 잊힐 리’ 없는 고향이 순식간에 떠올랐습니다. 몇 해 전 백두산 인근의 특별할 것도 없는 한 농촌 마을의 정경에서 켜켜이 먼지가 쌓인 채 잊혀 가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난 것이지요.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이 온 나라를 휩쓸기 전, 우리 농촌 그 어디에서든 흔히 만났을 법한 목가적 풍경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추억됐다고 할까요?

사진 김인철


더불어 눈여겨보는 이 어디에도 없건만, 저 스스로 이곳의 주인장이라고 외치는 듯 활달하게 핀 하얀 꽃 무더기가 평화로운 너른 들판에 화룡점정하듯 박혀 있어 먼 길 마다치 않고 찾아온 이방인의 눈길을 일순 사로잡습니다. 골프공 모양의 흰 꽃송이 수십 개가 우산처럼 활짝 펼쳐진 독미나리입니다. 흔히 향긋한 나물로 식용하는 미나리와 달리, 뿌리 등에 시큐톡신(cicutoxin)이라는 유독 성분이 있다고 해서 이름의 앞머리에 ‘독(毒)’ 자가 붙었습니다. 북방계 습지식물로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시베리아, 유럽, 북아메리카에도 분포합니다.

골프공 모양의 꽃송이 수십 개가 우산 형태로 활짝 펼쳐진 독미나리꽃. 7월 초순부터 8월 중순까지 흰색으로 핀다.@사진 김인철


글머리에서 밝혔듯 백두산 주변 습지는 물론, 연변 전 지역의 하천과 습지, 논둑 등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20년 가까이 전인 2005년 이미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자생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데, 개체수가 풍부한 연변지역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에서 그 원인에 대한 해답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누렁이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도랑과 개천이 흐르고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고, 논둑과 밭이랑이 연이어 너른 들녘에 펼쳐지는 자연환경이 보존돼야 하는 데 산업화와 도시화, 개발의 물결 속에 그 모든 것이 사라졌고 덩달아 독미나리도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지요. 게다가 심화하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한반도에서 북방계 희귀식물의 생존은 갈수록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사진 김인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양구와 태백, 평창, 횡성 등 강원도 지역에 독미나리 자생지가 주로 분포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2005년 멸종위기종 지정 이후 관련 부처와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리,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등 강원도에서 잇따라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특히 2012년에는 강원도가 아닌, 전북 군산 백석제에서 독미나리 2만여 개체가 생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가 됐는데, 국내 최대 군락지이자 최남단 서식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원도 인제 농경지 한편 작은 도랑 가에 겨우 자리 잡은 독미나리. 10여 개체가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사진 김인철


독미나리는 높이 1m 정도까지 자라고, 7월 초순부터 8월 중순까지 공 모양의 흰색 꽃 10여 개가 여러 개의 우산 형태로 달립니다. 식용식물인 미나리(높이 30㎝ 내외)와는 우선 독미나리의 키가 크다는 점에서 구별되며, 잎 모양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독미나리의 잎은 2회 깃꼴로 갈라지고 소엽은 선상 피침형 또는 넓은 피침형인 데 반해, 미나리의 잎은 1∼2회 깃꼴로 갈라지고 소엽은 달걀 모양입니다.

사진 김인철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

 ‘멸종위기 우리꽃’-11-금자란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1-22>

 

‘절멸 위기의 금자씨’ 금산자주난초!


난초과의 상록성 여러해살이 착생난초. 학명은 Gastrochilus matsuran (Makino) Schltr.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작지만, 화려하고 현란한 난초과 꽃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금자란. 2017년 4월 제주도에서 만났다.@사진 김인철


통상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뚜렷한 온대 기후 지역으로 분류하지만,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따듯한 남쪽 나라’ 제주도는 분명 예외 지역입니다.

미국인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Glenn T. Trewartha)의 구분법에 따르면 월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가 넘는 달이 1년 중 최소 8개월 이상이면 아열대 기후로 정의하는데, 제주도는 4월부터 11월까지 평균 기온이 10도를 상회하기 때문이죠. 심지어 서귀포의 경우 12월도 평균 기온이 9.4도, 1년 전체 평균 기온이 16.9도에 이르는,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 지역의 특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식물생태계 또한 육지와는 확연히 달라 사시사철 푸르고 잎이 넓은 상록활엽수를 비롯한 열대성 식물이 대거 자생하고 있습니다.

사진 김인철


앞서 ‘멸종위기 우리꽃-10-노랑만병초’ (2023/12/26) 편에서 백두산과 그 일대가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보고라고 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제주도가 한반도에서 자라는 남방계 식물의 최대 자생지라고 일컬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향기가 좋은 꽃을 피우며, 가장 진화해 높은 가치를 지닌 식물군인 난초과 식물의 보고라 꼽을 만합니다.

두툼한 타원형 잎은 물론 꽃잎에도 자주색 반점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금산자주난초란 원래 이름이 왜 붙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사진 김인철

 

난초과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2만 5,000종 이상이 분포하는, 가장 다양성이 높은 식물이지만 우리나라 전역에는 불과 100여 종만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자라는 야생 난초 100여 종 가운데 무려 81종이 제주 섬 한 곳에서 자생한다니, 국내 난 애호가들의 관심이 ‘난초 천국’ 제주에 쏠릴 만합니다. 특히 연중 기온이 온화하고 공기 중 습도가 높아 나무의 줄기나 가지, 바위 등에 붙어서 사는, 이른바 착생란(着生蘭) 또는 암생란(岩生蘭)이라 부르는 희귀 난초가 섬 일부 지역에 자생합니다. 석곡과 금자란, 비자란, 차걸이란, 혹난초, 콩짜개란, 풍란, 나도풍란, 탐라란, 지네발란 등이 그들입니다. 이 중 풍란과 나도풍란, 탐라란, 금자란, 바자란 등 5종이 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 13종에 포함된 절체절명 위기의 식물입니다. 차걸이란과 지네발란, 혹난초, 콩짜개란 등 4종은 2급 79종에 들었습니다.

사진 김인철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착생난초의 하나로, 앙증맞고 귀엽기 짝이 없는 꽃을 피우는 금자란(錦紫蘭)입니다. 생김새는 생소하지만, 들어본 듯한 식물명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하고, 작은 이파리는 물론 자잘한 꽃잎 곳곳에 촘촘히 박힌 붉은색 작은 반점은 주근깨투성이의 ‘말괄량이 삐삐’를 생각나게 합니다. 경남 남해의 금산(錦山)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잎과 꽃에 자주색 반점이 있어 ‘금산자주난초’란 긴 이름이 붙었는데, 점차 줄임말인 ‘금자란’이라 불리다 아예 국명이 되었습니다.

상록 양치식물인 콩짜개덩굴과 함께 나무겉에 뿌리를 내린 금자란. 전형적인 착생난초임을 보여준다.@사진 김인철 


비자나무나 단풍나무, 소나무 등의 줄기나 가지 껍질에 붙어사는데, 뿌리부터 줄기나 잎, 꽃에 이르기까지 전초가 채 10cm도 되지 않습니다. 몸통에 해당하는 줄기 자체가 길이 5cm 안팎으로 짧고 마디가 많은데, 마디마디 옆에서 백색의 뿌리가 나와 나무껍질에 달라붙습니다. 길이 1cm 안팎의 타원형 잎이 줄기를 따라 두 줄로 어긋나는데, 자주색 반점이 있습니다. 4~5월 잎겨드랑이에서 1cm쯤 되는 꽃대가 나와 1~4개씩 입술꽃잎 등을 갖춘 특유의 난초꽃이 달리는데, 연한 황록색 꽃잎에도 자주색 반점이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사진 김인철


세계적으로 중국과 대만, 일본 등지의 덥고 습한 아열대 지역에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서귀포와 경남 남해군 섬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여타 난초들이 그러하듯 높은 관상 가치로 인해 무분별하게 남획되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12년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했다가 2017년 1급으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기존 자생지는 아예 사라지거나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고, 새로운 서식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어 자칫 절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