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우리꽃’-12-독미나리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2-22>

 

소 풀 뜯고 실개천 흐르던 고향 떠올리는 독미나리!

산형과의 여러해살이 유독식물. 학명은 Cicuta virosa L.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백두산 인근 누런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들판과, 물이 흐르는 천변에 핀 독미나리꽃.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자연환경 때문인지 흔하고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사진 김인철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렇습니다. 누렁이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들과, 그 한편에 유유히 흐르는 실개천에서 ‘차마 꿈엔들 잊힐 리’ 없는 고향이 순식간에 떠올랐습니다. 몇 해 전 백두산 인근의 특별할 것도 없는 한 농촌 마을의 정경에서 켜켜이 먼지가 쌓인 채 잊혀 가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난 것이지요.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이 온 나라를 휩쓸기 전, 우리 농촌 그 어디에서든 흔히 만났을 법한 목가적 풍경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추억됐다고 할까요?

사진 김인철


더불어 눈여겨보는 이 어디에도 없건만, 저 스스로 이곳의 주인장이라고 외치는 듯 활달하게 핀 하얀 꽃 무더기가 평화로운 너른 들판에 화룡점정하듯 박혀 있어 먼 길 마다치 않고 찾아온 이방인의 눈길을 일순 사로잡습니다. 골프공 모양의 흰 꽃송이 수십 개가 우산처럼 활짝 펼쳐진 독미나리입니다. 흔히 향긋한 나물로 식용하는 미나리와 달리, 뿌리 등에 시큐톡신(cicutoxin)이라는 유독 성분이 있다고 해서 이름의 앞머리에 ‘독(毒)’ 자가 붙었습니다. 북방계 습지식물로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시베리아, 유럽, 북아메리카에도 분포합니다.

골프공 모양의 꽃송이 수십 개가 우산 형태로 활짝 펼쳐진 독미나리꽃. 7월 초순부터 8월 중순까지 흰색으로 핀다.@사진 김인철


글머리에서 밝혔듯 백두산 주변 습지는 물론, 연변 전 지역의 하천과 습지, 논둑 등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20년 가까이 전인 2005년 이미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자생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데, 개체수가 풍부한 연변지역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에서 그 원인에 대한 해답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누렁이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도랑과 개천이 흐르고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고, 논둑과 밭이랑이 연이어 너른 들녘에 펼쳐지는 자연환경이 보존돼야 하는 데 산업화와 도시화, 개발의 물결 속에 그 모든 것이 사라졌고 덩달아 독미나리도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지요. 게다가 심화하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한반도에서 북방계 희귀식물의 생존은 갈수록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사진 김인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양구와 태백, 평창, 횡성 등 강원도 지역에 독미나리 자생지가 주로 분포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2005년 멸종위기종 지정 이후 관련 부처와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리,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등 강원도에서 잇따라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특히 2012년에는 강원도가 아닌, 전북 군산 백석제에서 독미나리 2만여 개체가 생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가 됐는데, 국내 최대 군락지이자 최남단 서식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원도 인제 농경지 한편 작은 도랑 가에 겨우 자리 잡은 독미나리. 10여 개체가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사진 김인철


독미나리는 높이 1m 정도까지 자라고, 7월 초순부터 8월 중순까지 공 모양의 흰색 꽃 10여 개가 여러 개의 우산 형태로 달립니다. 식용식물인 미나리(높이 30㎝ 내외)와는 우선 독미나리의 키가 크다는 점에서 구별되며, 잎 모양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독미나리의 잎은 2회 깃꼴로 갈라지고 소엽은 선상 피침형 또는 넓은 피침형인 데 반해, 미나리의 잎은 1∼2회 깃꼴로 갈라지고 소엽은 달걀 모양입니다.

사진 김인철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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