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우리꽃’-14-갯봄맞이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 2024-4-25>
떠나는 ‘절정의 봄’을 안타까워하는 듯 피는 갯봄맞이!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ysimachia maritima (L.) Galasso, Banfi & Soldano var. obtusifolia (Fernald) Yonek.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봄의 끝자락인 5월 하순 때 이른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동해의 한 작은 호숫가에 싱싱하게 피어난 갯봄맞이꽃 무더기. 일견 이름 없는 잡초처럼 보이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희귀종이다. @사진 김인철
“그래, 그 귀하다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보자.”
“이게 뭐야. 이것 보자고 이 무더위에 여기까지 달려왔단 말이야?”
몇 해 전 5월 하순 꽃 보러 가는 길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루 시간 내서 함께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오랫동안 별러온 친구들에게 “아주 귀한 것 보여 주겠다.”라고 설득해 동행했습니다.
사진 김인철
짙푸른 동해도 보고, 가슴으로 밀려오는 바닷바람도 맞고, 시원한 파도 소리도 듣자며 모처럼 산보하듯 즐겁게 떠났습니다. 멀리 동해까지 가는 동안 내심 실제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텐데, 공연히 친구들의 귀한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역시 첫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전에는 비무장지대 넘어 북녘에 가야 볼 수 있던 꽃이야. 최근에야 남쪽에도 고성과 포항, 울산 등 동해 서너 군데에서 자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어. 그래도 워낙 희귀종이어서 국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서 관리, 보호하고 있어.”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갯봄맞이꽃 무더기.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인 갯봄맞이가 연홍색 꽃잎을 활짝 열고 떠나는 ‘절정의 봄’을 아쉬워하는 듯하다..@사진 김인철
갯봄맞이의 희귀성, 중요성 등을 애써 강조하지만, 여전히 심드렁합니다.
“그리고 갯봄맞이 꽃이 피어 있는 지금 5월 중순은 봄이라기보다 여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식물명에 ‘봄맞이’란 단어가 들어갔으니 어째 어색하지 않니? 그게 바로 이 꽃의 유별성(類別性), 다시 말해 함경도 등 주로 북녘땅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의 색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거야. 예로부터 워낙 추운 지방이어서 봄이 늦게 시작되는 함경도 바닷가에서 5~6월에야 피는 이 꽃을 보고 ‘갯봄맞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라고·…”
나름대로 설명을 이어가자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열심히 사진 많이 찍어라.’라고 말없이 응원합니다.
사진 김인철
먼 길 오느라, 자생지 찾느라 바빴던 마음을 진정하고 찬찬히 꽃을 들여다봅니다.
바다와 분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비바람이 강하게 불면 바닷물과 모래가 수시로 넘어올 것으로 보이는 해안 호수, 이른바 석호(潟湖) 가장자리 모래밭에 핀 갯봄맞이. 키가 작은 건 5cm 안팎에서, 제법 큰 것은 20cm 정도에 이르지만 무리 지어 자라는 모습은 그저 영락없는 ‘잡초’처럼 보입니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 형성된 호수인 석호(潟湖)의 모래밭에 떼 지어 자라며 활짝 꽃을 피운 갯봄맞이. 자생지는 극소수이지만, 자생지 내 개체 수는 풍성해 그나마 다행이다.@사진 김인철
통통한 줄기에 잎이 좌우로 다닥다닥 달리고, 줄기와 잎 사이 겨드랑이마다 옅은 붉은색이 도는 흰 꽃이 다닥다닥 돋아나 있습니다. 꽃 색이 아예 흰 것도 있습니다. 새끼손톱만 한 꽃은 끝이 5갈래로 갈라지고, 그 가운데 수술 5개와 암술 1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잎과 꽃 모두 자루가 없이 줄기에 딱 달라붙어 있어 낱낱의 꽃을 사진에 예쁘게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자생지의 수가 극히 제한적이고 전초의 크기가 작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자생지마다 자라는 갯봄맞이의 개체 수는 수백, 수천을 넘을 만큼 풍성해 다행스러웠습니다.
사진 김인철
출처 : 논객닷컴(http://www.nonga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