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손님 또 만나니 반갑다'고 하던가요.
어느 음식점에 걸린 액자 글에 장삿속을 타박하려는 마음보다는,
애교 넘치는 재치에 빙그레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습니다.
처음 만나는 꽃은 처음이라서 반갑고,
작년에,재작년에 만났던 꽃은 또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을 파란 하늘을 보면 몸살이 납니다.
밀린 숙제 하듯 꼭 가봐야 한다는 조바심이 납니다.
아무리 멀어도 꼭 상면하고 지나가야,
일신이 편안할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밀려옵니다.
해서 만사 제쳐 놓고
다녀왔습니다.
둥근잎꿩의비름을 세번째 만나고 왔습니다.
첫해는 너무 늦어서,
두번째는 너무 일러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탓할께 없습니다.
부실한 모든 탓은 담는 자의 몫입니다.
천길 낭떠러지에아슬아슬 매달린,
시리도록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진홍색 꽃을 휘날리는 둥근잎꿩의비름을 또 만났습니다.
천리길이 힘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