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짜장면 시키신 분'이란 광고카피로 유명한
마라도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초행길은 아니었지만,
'세상은  A와 A가 아닌 것으로 나뉜다'는 식의 이분법적 유행어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과거의 전혀 다른 여행이었습니다.
왜냐면,
마라도는 '야생화 핀 마라도'와 '그냥 마라도'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제게 종전의 마라도는 '그냥 마라도'였지만 
이번 마라도는 해국과 갯쑥부쟁이가 만발해,새롭게 만나는 '야생화 핀 마라도'였습니다.   
앞으로 마라도를 방문하시는 분들 짜장면만 찾지 마시고,
섬 곳곳에 지천으로 깔린 갯쑥부쟁이와 해국도 찾아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뭍의 여는 들국화보다 더 진한 해국향이 가슴까지 스며들 것입니다.    
아래는 몇해전 신문에 올렸던 글입니다. 

<해국
       -길섶에서>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장편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이다.
김훈 특유의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설은 전쟁에 휩싸인 섬들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끝내 말해주지 않는다.
무슨 꽃을 염두에 두었던 건지 궁금하다.

지난 여름 군산 앞바다의 선유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꽃은 연분홍빛 능소화
.
어촌의 길게 늘어진 담장 위에
얌전하게 올라앉은 네댓 송이 능소화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

그뿐 아니다.
다리로 연결된 선유도·장자도·신시도 등 고군산군도 길섶마다,
나지막한 언덕배기마다 꽃이 피었다.
노란색이 유난히 짙은 원추리가 여기저기 만개했고,나리꽃도 흔했다.
노량해전에서 유탄을 맞고 죽어가던 이순신이 본 게 이들일까.

일전 유람선 울돌목 거북배´가 독도에서 일본의 독도 도발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던 즈음
때마침 해국이 핀 독도의 전경사진이 소개됐다
.
순간 짙은 국화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400
여년 전 남해 일대의 섬들에 번졌었을 해국향이 온몸에 스며든다.
가을이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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