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서 해국 갯쑥부쟁이 등 갯가 야생화를 실컷 보고 나자,
산꽃이 보고 싶어집니다.
해서 성산쪽에 있는 통오름을 찾았습니다.
당잔대도 만나고 둥근이질풀도 보고 쑥부쟁이도 보고...
드디어 야트막한 오름 정상,
가장 흔하게 눈에 드는 꽃이 바로 패랭이꽃이었습니다.
뭍의 산들에선 다른 키 큰 풀들에 쌓여 눈에 잘 띄지 않더니만,
통오름 꼭대기에선 키 작은 잔디밭 곳곳에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줄 진인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파란 가을 하늘과 패랭이꽃의 진분홍이
꽤나 잘 어울리는 한편의 그림이었습니다.
꽃모양이 옛날 나졸이나 역졸,보부상 등 이른바 별볼 일 없는 '상것'들이
갓대신에 쓰던 모자인 패랭이를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도 패랭이꽃이라고 했다지만,
솔직히 화사하고 단아한 색과 꽃모양새에서
그같이 서럽고 안타까운 사연은 실감나지 않더군요.
맨 아래 패랭이의 진분홍과 대비를 이루는 노란색 양지꽃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