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한 바위에 몸을 의탁하고 아침 이슬만 먹고 살아가는 지네발란입니다.
천길 낭떠러지 바위절벽에 담쟁이덩굴처럼 온몸을 붙인 채 천지를 굽어보고 살아갑니다.
뿌리 내린 바위절벽을 제아무리 비틀어 본들 물 한방울 나오지 않으니 인근 저수지에서 피어오른 새벽 안개가 만들어주는 이슬 방울이 유일한 생명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위에 붙어 사는 식물들이 거개 그렇듯 지네발란 또한 줄기나 잎이나 모두가 통통하니 한번 들어온 물기를 오래 보관할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둥굴고 가느다란 줄기를 따라 양편에 어긋나기로 뾰족하게 나온 잎 모양이 지네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지네발란'이름이 붙었습니다.
처음 보는 순간 참 이름 잘 지었다고 누구나 생각할 만큼 생김새가 정말 지네를 닮았기는 한데,
다소 흉칙한 이름과는 달리 그 꽃은 해맑은 어린 아이의 미소만큼이나 환하고 환합니다.
흰색과 연분홍,자주색이 어울러진 꽃모양은 그 어떤 난꽃보다도 화사한데,
생김새 또한 갓난아이가 엄마품에 안겨있는 듯 귀엽기 짝이 없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자생지가 제주도,진도 등 극히 몇몇 군데 밖에 없어,
환경부 지정 희귀 및 멸종위기종 2급 식물로 보호 관리되고 있습니다.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6~7월 꽃대 하나에 하나의 꽃이 핍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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