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중순>

 

상사화

수선화과 상사화속의 여러해살이풀.

 

산의 들머리 호피 무늬 참나리가 늦둥이 꽃 한 송이를 남겨 놓았다가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일요일이던 지난 11일, "오늘도 '꽃운'이 좋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감 속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얼마나 올라가면 되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20~30분 정도 가면 되지 않겠냐고 대답합니다.
"글쎄, 나도 초행길인데 어찌 알겠느냐. 산 중턱쯤에 있을 것이라는 한 토막 정보가 다인데...."하는 말은 속으로 삼킵니다.
오는 길 양편에 얼핏 보았듯이 오늘 가장 만개한 꽃은 사위질빵입니다. 
역시 산의 초입부터 양편 나뭇가지에 사위질빵의 활짝 핀 꽃줄기가 흐드러지게 늘어져 있습니다.
뙤약볕 아래 한 20여 분쯤 걸으니 곧 산비탈로 이어지면서 계곡물이 흐르는 오르막 숲길로 나옵니다.
흐르는 계곡물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바로 전날도 일대에 큰비가 내린 탓이리라.
올여름 연일 이 일대에 큰비가 왔다더니 산으로 오르는 돌길은 파헤쳐져 제모습을 찾기 어려운 구간이 적지 않습니다.
물이 흐르는 습습한 숲속을 10분쯤 오르면서 양편 그늘진 곳을 살피니 역시나 노랑망태버섯이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참 많이도 담아봤건만, 그냥 지나칠 만도 하건만 볼 때마다 새로운 마음이 들어 카메라를 들고 달려갑니다.
너덜 바위 지대에 물이 넘쳐흐르니 오르막길이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비가 그친 뒤 찾아온 불볕더위에 산행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럭저럭 한 시간 넘게 올라왔음에도 목표로 한 상사화는 그림자도 보이질 않습니다.
위를 바라보니 산 능선이 얼핏 보이는 듯싶습니다. 거의 7분 능선쯤에 다다른 듯싶습니다.
"이렇게 높은 데 필 리는 없는데, 그만 올라갑시다. 여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배낭을 벗어 아내에게 맡기고는 주변을 살피면서 혼자 올라갑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 보고 없으면 포기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한 20, 30분 오르면 된다며 삼복더위 속 산행을 고집했으니 더 이상 무리했다가 큰코다치겠지요.  
하지만 늘 그렇듯 포기하고 돌아설 즈음 나타나는 것이 야생화의 생리인 듯합니다.
마지막이라고 말한 지점에서 5분쯤 오르자, 등산로 바로 옆에 연분홍 상사화 하나가 활짝 피어있습니다.
그리고 어찌 한 송이뿐이겠냐며 30m쯤 더 오르자, 과연 군락지가 펼쳐집니다.
지장산 중턱에서 만난 상사화, 아마도 한반도 가장 북쪽 산에 피는 상사화가 아닐지 주장해 봅니다.
봄에 나오는 잎이 "열심히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알뿌리에 저장하고, 6~7월에 마른" 뒤 8월쯤 꽃이 피는,
그래서 잎은 꽃을 볼 수 없고 또 꽃은 잎을 볼 수 없어 서로를 그리워한다고 해서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연의 꽃입니다.
 9월 진홍색으로 꽃이 피고 난 뒤 비로소 잎이 나온다는 꽃무릇 또한 잎과 꽃이 서로를 볼 수 없어 '상사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물론 둘 다 같은 수선화과의 꽃입니다.
지장산의 여름은 폭우가 만들어내는 계절 폭포와,
참나리, 홑왕원추리, 사위질빵, 도둑놈의갈고리, 며느리밥풀꽃, 망태버섯, 영아자, 그리고 산도라지 등이 풍성한
접경지대의 꽃동산이었습니다. 
<2013년 8월 13일>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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