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저물고 비는 나리고...
"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그 유명한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가 생각나는 한탄강변의 저녁무렵이었습니다. 물론 눈 대신 비가 나리고 있었지요.
거센 강바람에 시달려 여윈 당나귀처럼 줄기와 잎이 가늘고 성긴 포천 구절초.
혹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지나 않았을까,
더 늦으면 저홀로 시들어 버리지나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겹치자 내 눈으로 확인해야 겠다 싶어 횡하니 달려갔습니다.
그야말로 '날은 저물고 비는 나리'는 악조건이었지만
꽃은 풍성하게 피어나 객을 반갑게 반겨주었습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듯
강변 언덕에 포천구절초는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검게 변해가는 하늘빛을 가득 품은 한탄강은 무심히 흐르고,
어둠은 시시각각 내려앉고,
구절초 향 짙게 번지는 강마을 집집마다에선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두러두런 속삭임이 새어나고...
카메라 렌즈에 빗방울이 튀면서 생긴 얼룩이 옥의 티이긴 하지만,
참으로 운치있는 한탄강가의 가을이었습니다.
는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