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행운에 환호작약 하다가,
불과 2~3분여만에 예기치 않은 난관에 장탄식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여름 어렵사리 성사된 백두산행이 그러했습니다.
비바람에 광풍이 불어 등산로가 폐쇄됐단 말에 힘없이 널부러져 있다가,
산문이 열렸던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가 온세상 꽃을 다 품을 듯 들떴으나 끝내는 천지행이 무산됐습니다.
중턱쯤 되는 곳에 있는 왕지 주변 초원지대를 둘러보는 것으로 그런대로 '꽃 갈증'을 달래기로 했는데,
여기도 막고, 저 길도 막은 숱한 안내원들의 통제 탓에
정말 신을 신고 발바닥 긁듯 흉내만 내다 만 꽃 탐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와중에 나무판자 길 옆 풀더미 속에 홍자색 난초 꽃이 확~하고 한 눈에 들어옵니다.
휴전선 이남 우리 땅에서는 보지 못한 게 분명한,
포스 넘치는 자태에 신바람이 나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환호작약 했으나   
정면을 확인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이내 한숨만 나오더군요.
아무리 사정을 해도 나무판자 통로를 벗어나서는 한발짝도 들어설 수 없다는 안내원의 단호한 통제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뒤통수만 쳐다보고만 '너도제비란' 입니다.
세상만사 다 그렇듯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단번에 갈증을 풀 수는 없는 일인가 봅니다.
식물의 세계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너도'라는 참으로 무성의한 이름으로 불리는 꽃이지만,
꽃의 형태나 색감 등이 결코 제비란이나 나도제비란에 뒤지지 않는 희귀난초입니다.            
학명은 Orchis jooiokiana Makino, 백두산 등 북방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는 1997에야 백두산에서 촬영한 사진이 겨우 소개됐을 정도입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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