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색도 완연한 가을입니다.

물 한 방울 없는 거친 바위 위에 좀바위솔이 물끄러미 앉아

가는 가을을 배웅합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추색이 짙어질수록,

좀바위솔의 희고 자잘한 꽃송이는 눈부시게 빛이 납니다.

사람들의 어리석은 욕심으로 여기저기 흔하던 좀바위솔 자생지가 하나,둘 파괴되고 있지만,

겨우 살아남은 한,두송이는 그 누구도 원망치 않고 가을 산에 화룡점정의 꽃을 피어놓습니다.

붉게 물드는 단풍이 마치 장엄하게 지는 석양을 닮아가는데,

그 정중앙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좀바위솔은 순진무구한 애기부처를 연상케 합니다.  

인적이 드문 산 속,  

바위에 걸터 앉아 화사하게 물들어가는 단풍 속 좀바위솔을 보고 있으니,

예가 바로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이 아닐까 싶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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