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은처녀치마.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앞서 '바람 난 여인' 얼레지가 산등성이에 올라 호령한다고 전했더니,
'봄 처녀'들이 그깟 동네 뒷산을 타고 큰소리치느냐고 힐난합니다.
'봄바람에 물오른 여인네라면 최소 1,000m 고지는 정복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통칩니다.
그래서 해발 1,000m 넘는 고봉이 즐비하다는 영남알프스를 찾았습니다.
과연 털진달래가 빽빽이 자라는 능선 곳곳에
키 작은 '숙은처녀치마'가 어른 손가락만 한 보랏빛 꽃대를 올리고 화창한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처녀치마보다 한 달여 정도 늦게 피고,
꽃 색은 자주색을 띠는 처녀치마에 비해 보라색이 강하고,
꽃차례는 땅을 향해 고개를 더 숙였으며,
잎은 주걱형인 처녀치마에 비해 서서히 넓어지는, 도피침형이란 등 사소하지만 분명히 다른 차이를 보여
2004년 숙은처녀치마란 별도의 이름을 얻은 신종입니다.
무엇보다 사방이 탁 트인 높은 산 능선에 자생하는 덕분에
시원스러운 풍광을 덤으로 즐기게 해주는,
숙은처녀치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