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오른 노을공원.
건너편 하늘공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
넓은 잔디밭이 한가롭게 펼쳐져 있는 풍경이 놀라웠는데,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없어서 더욱더 반가웠습니다.
홀로 선 청동 조각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조각상의 그림자가 또 다른 시선을 끕니다.
조각가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라는 작품이라는
알림판이 있었다고 나중에 동행했던 이가 말해줍니다.
무심코 오른 노을공원.
건너편 하늘공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
넓은 잔디밭이 한가롭게 펼쳐져 있는 풍경이 놀라웠는데,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없어서 더욱더 반가웠습니다.
홀로 선 청동 조각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조각상의 그림자가 또 다른 시선을 끕니다.
조각가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라는 작품이라는
알림판이 있었다고 나중에 동행했던 이가 말해줍니다.
연강(漣江).
마식령산맥에서 발원해 휴전선을 거쳐 남으로 내려와 서해로 빠지는 임진강. 그 임진강이 연천군 일대를 흐를 때 예로부터 연강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여주 일대를 지나는 남한강을 여강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듯. 남과 북이 분단되기 전 중부지역을 흐르는 연강에 나루터와 나룻배가 있어 남과 북을 오가는 이를 건네주었으며, 또 놀잇배를 띄우고 뱃놀이를 하기도 했답니다.
실제 1742년 10월 보름 당대 최고의 화기인 겸재 정선이 연천 현감 신유한과 관찰사 홍경보와 함께 연강에서 뱃놀이를 한 뒤 '웅연계람(熊淵繫纜)'과 '우화등선(羽化登船)'이란 제목의 그림 2점을 남겼는데, 현재 연강나룻길의 '개안마루' 전망대에 '웅연나루에 배를 대다'라는 뜻의 웅연계람이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고 했듯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을 연강엔 인적은 끊기고, 두루미 등 겨울 철새도 미처 찾아오지 않고 '갈색 가을'만 오도카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파리의 에펠탑이 끔찍이 싫어서
에펠탑이 안 보이는 유일한 장소인 에펠탑에 올라 종종 식사를 했다는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
아이러니한 그 일화에서 알 수 있듯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봐야 그 실체가 제대로 보입니다.
강화도.
다리 건너 문수산에서 바라보니 그 멋진 강화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어둠이 내려앉고 불이 하나둘 켜지는 어스름 저녁 무렵에 보니,
머나먼 섬 같던 강화도 역시 휘황찬란한 21세기 도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이품송(正二品松)이란 멋진 소나무가 있지요.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길 한 가운데 서 있는 유명한.
그런데 가는잎향유 곁에 서 있는 소나무들 역시 그에 못지않은 기품을 느끼게 합니다.
'꽃쟁이' 눈에는 오히려 한 수 위인 젱일품송(正一品松)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스산한 가을
온몸을 파고드는 가는잎향유의 진한 향과,
기품있는 소나무의 격조가 멋진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냅니다.
섬과 육지 사이 어디에나 골이 있고 바닷물이 차 있어 건널 수 없습니다.
단절의 좁고 긴 바다를 해협(海峽)이라 일컫는데,
일찍부터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를 통해 손쉽게 오가다 보니 잊고 지냈지만.
섬인 강화도와 육지인 김포 사이에도 당연히 해협이 있습니다.
약 22Km 구간의 강화해협이 공식 명칭인데,
짠 바닷물이 지나는 좁은 골이 마치 강과 같다고 해서 염하((鹽河) 란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해 질 무렵
김포 문수산 능선에 서니 강화도와 염하의 그림 같은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신선이 노니는 섬, 선유도(仙遊島)를 비롯해 무녀도(巫女島)·신시도(新侍島)·방축도(防築島)·장자도(壯子島) 등 63개의 섬이 모여 있다는 고군산군도. 배를 타고 갔던 10년여 전의 모습과는 상전벽해로 변했지만, 장자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2m의 대장봉 전망대에 오르자 크고 작은 섬과 다리들이 바다 위에 그림처럼 떠 있습니다. 연육교로 연결되어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숱한 차량이 오가고 사람들로 붐빈다지만 위에서 내려다본 군도는 한적하기 그지없습니다.
조용해서 좋은 곳, 시끌벅적 대지 않아 좋은 곳에서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신선처럼 무료한 잡사로 소일했으면....
가을 아침 여강(廬江)으로 갑니다.
어두컴컴한 강변으로 나가려니 자욱한 안개가 앞을 가로막아 순간 당황합니다.
그러나 눈은 이내 어둠에 익숙해지며 사위를 분간합니다.
강은 구부정한 물길을 따라 유유히,
그야말로 세상에 급한 것 없는 천하의 게으름뱅이처럼 느릿느릿 흘러갑니다.
흐르는 물길 따라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여강변 늘어진 수양버들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 곁에 밤새 숨죽이며 엎드렸던 희끗희끗 단양쑥부쟁이도 새벽이슬을 털고 고개를 치들기 시작합니다.
1년 전 10월 초 새벽잠을 설치고 만난 한라산의 가을 아침입니다.
한라산 해발 1,100m 이상 풀밭에서 자란다는 한라부추가 아침 햇살에 핑크빛으로 깨어나는 한라산의 가을입니다.
그날 이후 누군가 한라산의 가을을 색깔로 묻는다면 주저없이 연분홍이라 답합니다.
분명 꽃을 담아 왔는데,
모니터에 띄워보니 점과 선, 원 등 도형이 어우러진 '작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문자 추상이란 장르가 있다더니 이 또한 '도형(圖形) 산수'가 아닐까?
누린내풀,
누구나 척 보는 순간 과거급제한 이에게 하사했다는 어사화를 떠올립니다.
'너희 중조부께서 과거급제해 '버선 모자'를 쓰고 금의환향하셨다.'
코흘리개 시절 크거든 열심히 공부해 고등고시에 합격하라고
당부하시던 할머니를, 버선 모자를 기억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