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연강나룻길.
멀리 서산 연봉에 해가 걸리고, 얼어 눈이 쌓인 흰 강줄기는 붉게 물드는 광경을 그리며
겨울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걸음을 해야지 벼르고 벼르다 다녀왔습니다.
생각한 만큼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신발차는 톡톡히 했지 싶습니다.
묵은해는 이제 저 노을 속으로 지고,
새해의 시작과 함께 새 세상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해 질 녘 연강나룻길.
멀리 서산 연봉에 해가 걸리고, 얼어 눈이 쌓인 흰 강줄기는 붉게 물드는 광경을 그리며
겨울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걸음을 해야지 벼르고 벼르다 다녀왔습니다.
생각한 만큼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신발차는 톡톡히 했지 싶습니다.
묵은해는 이제 저 노을 속으로 지고,
새해의 시작과 함께 새 세상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온다.
늘어진 어께마다 괭한 두 눈마다 빨간노을이 물들면
왠지 맘이 설레인다.
강 건너 공장에 굴뚝엔 시커먼 연기가 펴오르고
순이네 뎅그런 굴뚝엔 파란 실오라기 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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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불밝혀라 뱃전에 불밝혀라
저 강 건너 오솔길 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김민기의 '강변에서'>
겨울 서해 바다.
서해 겨울 바다.
해가 아직 하늘에 떠 있는 낮 서해 바닷가에 닿았습니다..
잔잔한 바다,
움직임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고깃배들,
코로나에다 강추위로 유난히 힘든 겨울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참으로 평화로웠습니다.
'겨울나무'라 팻말을 달았지만, 실은 <연강나룻길-2>입니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진가를 알게 된다고 했지만,
어디 소나무와 잣나무의 숨은 가치뿐이겠습니까.
초라한 듯 앙상하지만, 그 늠름한 기품은 그 어느 겨울나무에서나 뿜어져 나옴을
그 여느 해 못지않게 매서웠던 2021년 1월 연강나룻길 위에서 배우고 또 배웁니다.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 세계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月白 雪白 天地白)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전날 오후 함박눈이 펄펄 휘날렸음을 기억하고 있던 차에
근사한 글귀까지 접하니 현장을 확인하고 싶은 유혹을 차마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연천의 한 블로거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연강나룻길.
경기도 연천의 군남댐과 중면사무소 사이 조성된 7.7 km의 길.
'연강'은 임진강의 옛 이름으로,
연강나룻길은 임진강의 유장한 물길과 첩첩 연봉이 어우러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휴전선 아래 첫 탐방로라고 합니다.
그곳은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전날 내린 눈이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텅 빈 산비탈과 앙상한 겨울나무만이 처음 찾은 방문객을 맞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벌거벗은 듯 앙상하게 서 있는 겨울나무 한 그루가 천하의 일품이었습니다.
심하게 과장하자면 마치 세한도의 소나무와 잣나무 4그루에 비견할 만한 기품을 지녔다고 할까?
결국 '나도 역시 연강나룻길!'이라며 엄지척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도 기행(西島 紀行)-1.
하 수상한 세월을 핑계로 집안에서 미적거리면서
지난 메모리 파일을 들춰보니 어느 해 1월 초순 증도와 신시도 등 서남 녘 섬을 돌아본 게 눈에 들어옵니다.
지나는 길에 차를 세우고 월출산도 전깃줄에 가린 월출산도 담았더군요.
Happy New Year, 2021!
20201년 새해에는
그 어떤 파고도 의연히 헤쳐나가는 광활한 바다 위의 돛단배처럼
그 어떤 굴곡진 세파가 몰려오더라도 파묻히지 않고 건널 수 있기를.
코로나 19가 지구촌을 덮치고,
가짜와 사기가 판을 치는 등 굴곡진 2020년이 결국은 저물어 갑니다.
부디 2021년은 굽은 데 없이 평평한 한해가 되기를.
어느 겨울날,
파란 하늘 위에 노랗게 빛나는 꼬리겨우살이가 보고 싶어 강원도 산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새벽에 쌓인 눈이 길을 막아 하는 수 없이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두어 시간 운동 삼아 걷자 했는데,
날이 개는 게 아니고 갈수록 흐려지더니 정상에 닿을 즈음
평평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백설(白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덕분에 모처럼 겨울다운 겨울의 추억을 담았습니다.
달리고 또 달려도 끝이 없는 횡단열차.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베리아대륙,
그 중앙에 바다처럼 넓게 자리한 바이칼,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라는 호수가 지금은 꽝꽝 얼고 눈이 쌓여 순백의 세상이 펼쳐져 있겠지요.
달리는 열차에서 새벽이 열리고 해가 뜨는 진기한 광경을 마주했던,
잊지 못할 추억을 회상하며 언젠가 눈 내리는 겨울에 다시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