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오른편 산 아래 벌판에
언젠가는 초가집이, 기와집이, 슬라브 단층집이,
그리고 지금은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섰지만,
한 발 떨어진 산 위에
핼리콥터가 짐을 실어나르는 산 위엔
예전에 그랬듯
지금도 가을이면 구절초가 한아름 피어나 파란 가을 하늘과 벗하고 삽니다.
저 멀리 오른편 산 아래 벌판에
언젠가는 초가집이, 기와집이, 슬라브 단층집이,
그리고 지금은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섰지만,
한 발 떨어진 산 위에
핼리콥터가 짐을 실어나르는 산 위엔
예전에 그랬듯
지금도 가을이면 구절초가 한아름 피어나 파란 가을 하늘과 벗하고 삽니다.
칠면초니, 해홍나물이니 하는 염생식물들이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
어느 새벽
서울서 가까운 서해 섬
갯바위 위에 섰더니
새벽 여명이
동해 일출에 못지않은 강렬한 모습으로 나타나 사위를 압도합니다.
짙은 녹음의 여름이 끝나가고
붉게 물드는 가을이 시작되기 전,
바로 직전 지나간 태풍이 모든 티를 말끔히 씻어낸 듯 더없이 맑은 설악의 얼굴을 내어줍니다.
순간
저 멀리 공룡을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지 한탄합니다.
어느 가을날,
가던 길 멈춰 서니
오가는 이 하나 없이
하늘도 구름도 누런 벼이삭도 전봇대도 모두 멈춰선,
정물화(靜物畵) 같은 풍 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우람한 산과 멋진 계곡이 없이도
한 폭의 산수화가 만들어진다는 걸 알게 된 어느 여름날입니다.
여름 순천만 갈대밭의 진초록이
문득 잊었던 단어를 새삼 생각나게 하네요.
청록산수(靑綠山水).
전통적인 수목산수(水墨山水)에 익숙했던 눈이
어느날 산과 산을 청색과 녹색으로 채색한 수묵산수화를 보고 신기해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유달산(儒達山).
<고도는 높지 않으나 산세가 험하고 기암절벽이 첩첩하여
호남의 개골산(皆骨山)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유달산에서
긴 장마와 폭우, 폭염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참으아리가 길게 5m까지 자란다는 덩굴을 뻗어
커다란 바위를 칭칭 감고
하얀 꽃을 풍성하게 피우기 시작합니다.
* 참으아리 :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의 낙엽 활엽 덩굴성 여러해살이식물
중부 이남 지역에 자란다. 특히 울릉도를 비롯한 바닷가에 가까운 산야에 많다.
보통 6~7월 개화하는 으아리에 비해 한두 달 늦은 7~8월 흰색 꽃이 핀다.
철조망 넘어, 송악산 넘어….
장마가 주춤하는 사이
반짝 해가 나고 하늘이 열리는 잠깐,
철조망 너머로 송악산과 일대의 산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옵니다.
왼편에 뾰족한 봉우리들이 송악산이요,
그중에 낙타봉도 있으리라 짐작되는데,
거기까지는 날이 좋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손때 묻지 않은 야생화들이 얼마나 기가 막힌 모습으로 피어나는지
끝내 볼 수 없는 것인가……
'아니 벌써'라고 하시겠지만,
엄연히 2년 전 7월 25일 대청봉 정상에서 만난 금강초롱꽃입니다.
산이 높아서 그런지 여름의 한복판인 7월 하순 일찌감치 금강초롱꽃이 청자색 꽃을 피우고,
삼복더위 속에 가을이 이미 익어가고 있음을 알리더군요.
7월 장맛비가 내리면,
한탄강에 꽃장포가 피어
천하의 절경은 비경(秘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