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 때문에 백두산을 오르기 위한 산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우슬린으로 습지 식물을 보러 가는 중에 도로 바로 옆 둔덕에서 만난 애기기린초입니다. 

전국 어디서나 피는 기린초, 

큰 것은 2m 가까이 자라는 뻘쭘한 키 등으로 인해

이른바  '사진발'이 잘 안 받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던 꽃,

그런데 키도 잎도 꽃도 작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겠지만, 

처음 보는 애기기린초는 아담하고 풍성하게 핀 모습이 비가 오는 와중에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강원도 이북 높은 산에 자생한다고 하는데 아직 국내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높이가 20cm 되며 강한 광선이 비추는 건조한 바위 위에 얹혀서 산다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시템의 설명은  

사진에서 보듯 백두평원 아래서 만난 애기기린초의 생육 환경과 꼭 맞아 떨어졌습니다.        

 

**식물명 등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 주시면 감사히 바로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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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범의귀

범의귀과 범의귀속의 여러해살이풀.

 

남한에서 자생지가 확인된 게 채 10년도 되지 않을 만큼, 

생소했던 나도범의귀가 

과연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고향'이란 말답게 백두산에선 잡초처럼 자라고 있었습니다.

태백산 내 겨우 한, 두 곳에서 100여 개체나 될까 싶은 정도로 

극히 적은 수가 자생하고 있을 뿐이어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저어하게 하던 희귀종을

일상적인 탐방로 주위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니,

그 자체로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하고 꽃 생김새도 독특해

야생화 동호인들이 간절하게 만나고 싶어 하는,

하지만 자생지가 극히 드물어 불과해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안테나 꽃'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나도범의귀

백두 밀림에서 실컷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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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랫동안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 했던 애기풍선난초입니다.

기대했던 대로 정신이 번뜩 날만큼 예뻤습니다.

키는 어른 손바닥만 할까 싶을 만큼  작지만 

생김새나 꽃색, 

천하를 호령할 듯싶은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늠름한 자태 등등....

가히 야생난초의 백미라 일컫을 만한 애기풍선난초입니다.

빛없는 저녁 시간에,

그리고 가랑비가 내리는 이른 새벽에 만난 게 다소 아쉽지만,

운신이 자유롭지 않은 백두산 자락에서 보고픈 꽃을 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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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에서 자란다"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 나오는 설명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만나 보지 못했기에,

잊고 산지 오래 되었기에 이제는 낯선 이름, 장지석남의 꽃입니다.

진달래과의 늘푸른작은떨기나무인 장지석남은 들쭉나무나 월귤 등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북방계 고산식물입니다. 

길이 막혔으니 우리 땅에는 가지 못하고 중국 땡 백두산에나 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목이 없고 배가 불룩한 작은 항아리, 

즉 단지를 닮은 자잘한 연분홍 꽃들이 우산 형태로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게 여간 예쁘지 않습니다.

다섯 갈래로 갈라지는 꽃부리는 마치 어린아이가 입을 뾰족 내미는 듯 귀엽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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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고향' 백두산 가는 길가에 잠시 차를 세우고 만난 큰솔나리입니다.

남쪽 높은 산에서 만나는 솔나리처럼 잎은 솔잎처럼 뾰족뾰족한데, 

꽃색은 연분홍이 아닌 진한 황적색입니다. 

솔나리에 비해 키도 커 '큰'솔나리라는 이름을 얻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큰솔나리와 첫 대면으로 백두산 꽃탐사를 시작하며 

과연 '여름은 나리의 계절'이라 지레짐작했으나,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길엔 아직도 얼음 터널이 남아있을 정도로 산정은 겨울이었습니다.

봄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곳, 

2016년 6월 백두산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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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행운에 환호작약 하다가,
불과 2~3분여만에 예기치 않은 난관에 장탄식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여름 어렵사리 성사된 백두산행이 그러했습니다.
비바람에 광풍이 불어 등산로가 폐쇄됐단 말에 힘없이 널부러져 있다가,
산문이 열렸던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가 온세상 꽃을 다 품을 듯 들떴으나 끝내는 천지행이 무산됐습니다.
중턱쯤 되는 곳에 있는 왕지 주변 초원지대를 둘러보는 것으로 그런대로 '꽃 갈증'을 달래기로 했는데,
여기도 막고, 저 길도 막은 숱한 안내원들의 통제 탓에
정말 신을 신고 발바닥 긁듯 흉내만 내다 만 꽃 탐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와중에 나무판자 길 옆 풀더미 속에 홍자색 난초 꽃이 확~하고 한 눈에 들어옵니다.
휴전선 이남 우리 땅에서는 보지 못한 게 분명한,
포스 넘치는 자태에 신바람이 나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환호작약 했으나   
정면을 확인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이내 한숨만 나오더군요.
아무리 사정을 해도 나무판자 통로를 벗어나서는 한발짝도 들어설 수 없다는 안내원의 단호한 통제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뒤통수만 쳐다보고만 '너도제비란' 입니다.
세상만사 다 그렇듯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단번에 갈증을 풀 수는 없는 일인가 봅니다.
식물의 세계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너도'라는 참으로 무성의한 이름으로 불리는 꽃이지만,
꽃의 형태나 색감 등이 결코 제비란이나 나도제비란에 뒤지지 않는 희귀난초입니다.            
학명은 Orchis jooiokiana Makino, 백두산 등 북방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는 1997에야 백두산에서 촬영한 사진이 겨우 소개됐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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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백두 천상화원의 하나인 왕지화원에서 만난 꿩의다리입니다.
백두산 7,8부 능선쯤 되는 곳에 펼쳐진 너른 초지에 마치 목화솜을 풀어놓은 듯 하얀 꽃술을 날리는 꿩의다리.
백두산, 그중에서도 천지에 버금간다는 '왕지' 연못가에 피었다는 것만으로 아무런 의심없이 '바이칼꿩의다리'라고 단정하는 오류를 범했던 꿩의다리입니다.
지난 7월 초 금매화와 부채붓꽃 등 숱한 여름꽃들이 피어있는 화원을 가로지르자 그 끝에 왕지라는 작은 호수가  나타나고, 그 물가에 꿩의다리가  한송이 피어 있습니다.
마치 시베리아의 진주라 불리는 바이칼 호수가에 핀 바이칼꿩의다리처럼 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크기로는 세계 7위이지만 깊이와 담수량에서는 세계최고라는 
바이칼호수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왕지가에 핀 꿩의다리 만으로도 기분좋은 상상의 세계를 펼쳐볼 수 있었습니다.
은꿩의다리 참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좀꿩의다리 등 우리나라에서 피는 
여러 꿩의다리 가운데 하나인데, 백두산에 피는데서 알 수 있듯  북방계 식물로 분류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식물명 등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 주시면 감사히 바로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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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렬한 꽃,  왜지치입니다.
진한 남색 하나만으로도 급한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하더군요. 
지난 7월 초순 백두산 관광지구에서 장백폭포 사이 길섶에서 만났습니다.
처음엔 꽃마리를 닮았다고,
원예종 물망초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별칭이 '숲꽃마리' '임생물망초(林生勿忘草)라 불리는 걸 보니 둘 다 맞는 추측이었나 봅니다.
지치과의 대표적인 여러해살이풀인데 키도 꽃도 작기에 작다는 뜻의 '왜(矮)'자가 접두어로 붙은 듯합니다.
예로부터 뿌리가 위장병이나 변비 등에 유용한 용근(龍根)이라는 이름의 약재로 쓰이거나, 또한 자주색 염료로도 사용됐다고 합니다.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등 중,북부 지방 높은 산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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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白頭山).
한자어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흰머리산이라 하겠는데,일견 기나긴 겨울동안 하얀 눈에 뒤덮혀 있기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눈이 녹은 뒤에도 백두산 정상 천지 둘레는 물론 바로 아래 광활한 평원에 각양각색의 흰색 꽃들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하기에 여름철에도 흰머리산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특히 백두산의 대표적인 야생화인 두메양귀비나 노랑만병초의 꽃색이 엄밀하게는 노란색이기는 하나 흰색에 가까운 미색이라고 할 수 있고,그들 못지않게 세력이 무성한 담자리꽃나무는 햐얀 눈보다도 더 흰 꽃을 피우기 대문입니다.
두텁게 쌓인 눈,그 눈이 얼어붙어 바위보다도 더 단단해진 얼음장이 녹으면서 해토 될 즈음, 눈과 얼음을 뚫고 솟아난 담자리꽃나무의 흰꽃은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듯 아름답기에,아예 '선녀목(仙女木)'이란 별칭까지 얻기도 했습니다.
얼핏 풀처럼 보이지만 겨울철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은 장미과의 상록 소관목입니다.
휴전선 이남에는 자라지 않는 북방계 식물로서 북쪽에서도 낭림산맥의 최고봉인 노봉(鷺峰=해오라기봉)과 백두산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백두산에서도 해발 2000m가 넘는 고원지대에서나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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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바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피는 꽃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바위채송화는 물론 여러 종류의 바위솔,바위구절초,돌양지꽃,돌부채손,돌단풍,돌마타리,바위떡풀 그리고 바로 앞서 올린 참바위취와 지네발란...등등 
언젠가 집채만한 바위 위에 핀 돌양지꽃의 진노랑색을 보고 "아, 저 큰 바위의 배를 가르면 노랑 물감이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거무튀튀한 바위 속에 노란색 물감이 가득 들어 차 있지 않고서야 돌양지꽃의 노란 꽃색이  어찌 가능할까 싶었던 거지요. 삶의 터전이 황량한 만큼 꽃색은 더 진해지는 게 아닐까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 많은 '바위식물'들도 감히 쓰지 못한 이름이 있습니다.
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꽃'자만 붙인 이름 말입니다.
그러니 돌꽃이 얼마나 대단한 지 짐작하시겠지요.
이름 그대로 '돌에 핀 꽃'입니다.
7월의 백두산, 천지 바로 밑  드넓은 백두평원의 현무암 돌밭을 피빛으로 물들이는 게 바로 돌꽃입니다.
돌꽃의 붉은 꽃망울과 노란색 꽃잎,장맛비 사이사이 간간이 벗겨지는 푸른 하늘,끝없이 펼쳐지는 고산화원...
백두산은 역시 북방계 식물의 보고입니다.
돌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돌꽃은 한반도에선 함경남,북도 평안북도 높은 산 바위틈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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